실질실효환율 하락에도 불구하고 수출이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다. 세계경제 부진에 교역량이 감소하면서 가격경쟁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낮춰 환율경로를 통해 수출증진을 도모하는 정책도 더 이상 먹히기 어렵다고 봤다.
◆ 실질실효환율 4개월만 최저 불구 수출 6년2개월만 최저
실질실효환율이란 세계 61개국의 물가와 교역비중을 고려해 각국 통화의 실질적 가치를 보여주는 지표. 수치가 100보다 높으면 기준연도(2010년)보다 그 나라 화폐 가치가 고평가 됐다는 의미며, 낮으면 저평가 됐다는 뜻이다. 즉 이 수치가 상승하면 수출의 가격경쟁력이 약화됨을 하락하면 강화됨을 의미한다.
이같은 추세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큰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원/달러 환율이 상승(평가절하)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1월중 소비자물가는 전년동월대비 0.8% 상승을 기록했다. 직전월에는 1.3% 상승을 보였었다. 반면 원/달러 환율은 1201.67원(월평균환율 기준)으로, 2010년 7월 1207.3원 이후 5년6개월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전월대비 증가폭도 29.43원에 달해 지난해 8월 35.88원 급등 이후 5개월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 명목환율이 오르는 모습이 실효환율에도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평했다.
같은기간 통관기준 수출은 전년동기대비 -18.5%에 그치며 2009년 8월(-20.9%) 이후 6년2개월만 최저치를 기록했다. 일평균수출액과 수출물량도 각각 전년동기대비 -14.9%와 -5.3%에 머물렀다.
◆ 글로벌 저성장에 환율견인 수출 종언..금리인하 효과 없어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기 둔화와 구조적 요인이 이같은 상황을 만든 원인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론적으로는 원화가치가 떨어지면 수출이 잘돼야 맞다”면서도 “교역량이 떨어지고 있는 등 대외여건이 좋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앞선 한은 관계자도 “수출과 실효환율에 대한 인식이 예전같지 않다”며 “글로벌 경제여건이 부진해 실효환율 하락이 수출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체 수출에서 4분의 1을 차지하는 대중수출에 개선기미가 없는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부품소재 등 중간재를 중국에 수출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 중국 수출이 늘면 우리의 대중수출도 증가했었다”면서 “중국이 경제자급도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라 중국 수출이 향후 증가한다고 해서 대중수출이 예전만큼 늘 것 같지 않다”고 예측했다.
이에 따라 금리인하, 원화약세, 수출증대라는 도식도 깨졌다는 평가다. 홍 연구위원은 “원화는 엔화와 달리 기축통화도 아니다. 환율효과를 노린 금리인하는 효과성이 떨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김창배 연구위원도 “기준금리를 파격적으로 인하할 형편도 아니다. 수출이 반응하지도 않는 상황에서 굳이 인하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지금은 향후 글로벌 경기 회복기에 대비해 구조개혁을 통한 기업 및 국가경쟁력 강화를 준비할 시기라고 조언했다. 한류를 활용한 전략과 미얀마, 베트남, 인도 등 성장세를 보이는 국가에 대한 진출, 상품경쟁력 등 비가격경쟁력 강화 등을 꼽았다.
김창배 연구위원은 “힘들더라도 지금 할 것은 구조개혁과 이를 통한 기업 및 국가경쟁력 강화”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