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달 29일 출입기자단 오찬간담회에서 “(라면값 담합사건 패소 등으로)공정위가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며“국민들이 지지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공정위는 최근 2년간 패소율이 15%가 넘고 지난해에만 과징금을 돌려준 액수가 3200억원에 달한다. 공정위가 기업에 과징금을 매겼다가 기업이 제기한 소송에서 6건당 1건꼴로 패소하고 있는 것이다.
공정위 패소율은 2012년 4.4%에 불과했지만 2013년 6.5%, 2014년 16.8%, 지난해 15.8%로 급증했다. 이에 따라 기업에 돌려준 과징금도 2013년 264억원 수준에서 2014년 2221억원, 2015년 2779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여기에 환급금 가산금리(연 2.9%)는 2013년 38억원 수준에서 지난해에만 339억원으로 늘었다. 공정위의 부실한 조사로 국민 세금이 낭비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공정위측은 패소율이 높은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정부 전체 소송 통계를 보면 공정위의 승소율이 지난 3년간 78.5%였는데, 행정부 전체로는 48.8%로 다른 행정기관에 비해 패소를 많이 하는 편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하나의 사건이라도 여러 기업이 관련됐을 때 공정위가 패소하면 패소율이 크게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공정위는 또 과징금 환급에 따른 가산금도 국민 세금과는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징수된 과징금은 국고로 편입돼 환급될 때까지 운용수익 등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환급 가산금은 운용수익의 환원적 성격이 있어 환급 가산금을 국민 세금의 낭비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패소율 증가 원인으로 법원의 판결성향을 얘기한다. 판사들이 담합사건을 다른 형사ㆍ민사사건과 같은 수준으로 보고 판결을 한다는 것이다. 담합사건의 경우 확실한 물증이 없으면 사건가담자의 증언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법원에서 이를 제대로 인정해 주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전관예우가 작용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정위 사건을 주로 맡는 로펌에는 공정위 고위간부 출신들이 즐비하다. 더불어민주당 이상직 의원에 따르면 공정위에서 퇴직하거나 공정위 민간 자문위원으로 활동한 인사 63명이 김앤장 등 국내 10대 로펌에 취업해 공정거래를 담당하는 변호사나 고문 또는 전문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공정위는 패소를 최소화하기 위해 각 업무프로세스 단계별로 종합대책을 마련해서 추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