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총액이 15조원을 밑도는 것은 말도 안 됩니다.”
호텔롯데 상장주관사 관계자와 롯데그룹 간에 오간 대화다. 기업 가치를 두고 시장 상황을 고려해 낮춘 주관사와 이보다는 높다고 주장하는 롯데그룹 간에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주관사에서 호텔롯데의 기업가치를 15조원 안팎으로 보는 것은 롯데잠실 면세점의 면허권 상실 때문이다. 이후 면세사업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호텔롯데의 시가총액은 기존 20조원에서 15조원으로 낮춰졌다.
롯데그룹은 전체 주식의 35%를 공모할 계획이다. 시가총액이 15조원이면 공모규모는 3조원 중후반대가 될 것으로 투자은행(IB)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시가총액이 추가 하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면세 사업이 단기 사업에 불과하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호텔롯데의 이정표인 호텔신라의 주가는 곤두박질하고 있다.
호텔신라의 지난 27일 주가는 6만9300원이다. 이는 서울시내 면세점 사업자 발표 직전인 지난해 11월 13일 종가 10만3000원 대비 32.7% 하락한 수치다. 같은 기간 호텔신라의 시가총액은 3조9771억원에서 2조6758억원으로 하락했다. 앞으로의 시장상황에 따라 호텔롯데의 기업가치가 더 떨어질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기업가치가 떨어져도 롯데그룹은 호텔롯데의 상장은 중단하지는 않을 방침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증시 상황과 상관없이 호텔롯데의 상반기 상장 계획을 예정대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그룹은 호텔롯데 상장 후 확보하는 자금의 지배구조 개선과 호텔사업 확대에 사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롯데그룹이 호텔롯데의 1분기 성적표가 나온 뒤인 5월에 상장을 추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롯데그룹은 1분기 실적을 기준으로 잠실 면세점 사업권을 잃은 것이 큰 충격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호텔롯데의 상장이 이뤄지고 난 다음에는 롯데정보통신, 코리아세분, 롯데리아의 상장이 순차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호텔롯데 상장의 흥행 여부가 다른 계열사의 상장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호텔롯데 상장은 KDB대우증권, 메릴린치인터내셔널, 시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이 대표주관사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