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의 인도네시아 진출이 일단 무산됐다. 한화생명이 인수하기 위해 공들인 인도네시아 국영은행이 입장을 바꿨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현지 정치사정과 함께 내부적으로 매각 몸값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5일 금융당국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국영은행 BRI(Bank Rakyat Indonesia)은 보험사업부문 지분 매각 계획을 중단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매각을 취소하고 향후 몸값을 높여 다시 매각을 추진하는 전략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화생명은 BRI의 지분 40%를 인수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준비했다.
한화생명은 지난해 상반기 BRI 지분인수를 검토했다. 한화생명은 국내 생명보험사 최초로 지난 2012년 인도네시아의 몰티코 지분 80%를 인수해 진출한 상태이기 때문에 시너지 효과 등을 노리기 위해서다.
이후 내부적으로 인수하기로 결정하고 지난해 7월 BNP파리바크레딧 등과 함께 본입찰에 참여해 최종 결과를 기다렸다. 매각 결정이 날 것으로 예상됐지만 지연됐었다.
BRI 보험사업부문 매각이 철회된 이유는 몸값을 높이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BRI 보험사업부문 지분 40%의 예상 매각가격은 4~5억 달러 수준이다. 하지만 BRI가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매각 가치가 높아질 전망이다.
또한 인도네시아 내부에서는 외국계에게 넘기는 것 보다는 인도네시아 기업들에 매각하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인도네시아의 정치적 문제도 걸림돌이다. 인도네시아 금융담당 장관 교체의 문제도 함께 걸려있다.
한화생명측은 현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BRI 보험사업 부문 인수가 끝난 것이 아니라 정치상황 등으로 인해 중단된 것이다”며 “상황이 정리되면 다시 매각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BRI는 인도네시아 2위의 국영은행이다.
보험사업 부문은 지난 2014년 기준 수입보험료가 1억4000만달러(한화 1500억원)로, 업계 선두인 푸르덴셜의 7% 수준이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보험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잠재력을 높게 평가받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보험시장은 연간 보험료가 186억달러(2013년) 규모다. 이중 생명보험업이 80%를 차지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인구 2억5000만명으로 세계에서 네번째로 인구가 많지만 보험가입률이 20%에 불과하기 때문에 성장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