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보는 경제 톡] ‘응답하라 1988’ 중년된 덕선과 택, 지금도 행복할까요?

입력 2016-01-20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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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tvN '응답하라 1988')
(출처=tvN '응답하라 1988')

“모든 것은 기어코 지나가 버리고, 기어코 나이 들어간다. 청춘이 아름다운 이유는 아마도 그 때문일 것이다. 찰나의 순간에 눈부시게 반짝거리고는 다시는 돌아올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눈물겹도록 푸르던 시절, 나에게도 그런 청춘이 있었다.”

‘응답하라 1988’ 덕선(혜리 분)의 마지막 내레이션입니다. 봉황당 골목과 함께 사라진 청춘을 그리워합니다. 번듯한 직장에 단란한 가정을 꾸리며 남부러울 것 없는 중년을 보내고 있지만 그 시절 추억은 좀체 옅어지질 않습니다.

많은 분들이 드라마를 보며 공감했을 겁니다. ‘할 수 있다’는 열정은 희망퇴직 앞에 사그라지고, ‘문제없다’는 의지는 나약한 육신 앞에 꺾였습니다. 나는 그대로인데, 세상은 저만치 멀어집니다.

찬란한 10대를 지나 40대 중턱에 들어서 50대를 바라보고 있는 봉황당 골목 아이들, 지금도 행복할까요?

우리나라 다섯 명 중 한 명은 40대(17%)입니다. 50대(16%)까지 합치면 3분의 1이나 되죠. 국가 경제를 책임질 만큼 한창(?) 일할 나이지만 40ㆍ50세대는 언제 잘릴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립니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근로자 임금은 40대에 정점을 찍고 내리막길을 걷습니다. 30세 미만 근로자의 임금을 100으로 봤을 때 40대(40~49세)의 월급봉투는 174.1입니다. 경력이 쌓이고, 직급이 올라가면 임금도 인상돼야 하지만 50대는 158.4밖에 안 됩니다. 30대(151.9)와 큰 차이가 없죠. 60대(106.2)는 20대(100)와 비슷한 월급을 받고 일합니다.

(출처=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
(출처=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

단 한번도 희망한 적 없는 희망퇴직 때문입니다. 금융권 칼바람이 가장 거세죠. 지난해 금융 및 보험업에서는 4만8000개의 일자리가 줄었습니다. 어업 다음으로 가장 많습니다. 감원 움직임은 올해도 계속되고 있는데요. 신한은행은 이달 초 만 55세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습니다.

현대로템과 두산인프라코어, 삼성물산, 아시아나항공까지 서슬퍼런 칼바람은 산업계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30년 가까이 지났지만 ‘응답하라 1988’ 속 성동일이 겪었던 그것과 전혀 달라진게 없습니다.

‘더러워서 때려치운다’는 속말을 쏟아 붓고 사표를 내던지고 싶지만 40~50대에 직장을 나오기엔 갚아야 할 돈이 태산입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40대 가구 70%(평균 7623만원)가 금융부채를 안고 삽니다. 전 연령대 가운데 비율이 가장 높습니다. 10명중 6명이 빚을 지고 사는 50대(65%)는 갚아야 할 돈이 8376만원이나 됩니다.

빚이 없다고 다를까요? 의학기술 발달로 인간의 수명은 100세를 바라보고 있지만 40ㆍ50세대는 상수(上壽)까지 살아갈 준비가 하나도 돼 있지 않습니다. KB금융연구소에서 설문조사를 해봤더니 40대의 보유자산 만족도는 전 연령대 가운데 가장 낮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가장 높다고 합니다.

회사를 그만두고 받은 퇴직금으로 호기롭게 창업(치킨집 창업연령 40대, 44.2% ‘1위’)에 나서지만 그 또한(폐업률 22%) 쉽지 않죠. 뜻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어 보입니다.

▲단위: 만원, %, %포인트(출처=통계청 '2015 가계ㆍ금융복지조사')
▲단위: 만원, %, %포인트(출처=통계청 '2015 가계ㆍ금융복지조사')

수치만 따지면 병신년(丙申年)을 살아가는 40ㆍ50세대는 행복해 보이지 않습니다. 보라(류혜영 분) 아빠인 동일처럼 ‘자식농사 잘 지은 것’에 감사하며 ‘오래 사는 위험’의 무게감을 견뎌낼 뿐이죠.

여러분은 어떤가요? ‘행복하냐’는 청춘의 질문에 ‘살만하다’고 응답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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