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 가격이 2007년 이후 9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진데다 당분간 내림세도 이어질 것으로 보여 평균 1000원을 밑돌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만 휘발유와 마찬가지로 세금이 무려 ℓ당 600원이 넘어 평균 판매가격이 1000원 밑으로 떨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20일 오피넷 등에 따르면 1월 둘째 주 전국 주유소 평균 경유 판매가격은 ℓ당 1169.93원으로 집계됐다. 2007년 2월 둘째 주(1162.44원) 이후 9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카드 기준 서울 시내버스 요금은 1200원, 지하철 요금은 1250원이다. 경유 차량의 연비가 20km 내외 수준이고 차량 감가상각비 등을 고려하지 않으면 서울 시내 웬만한 거리는 버스보다 자가용으로 이동하는 게 더 싸게 먹힌다.
경유 평균 판매 가격은 지난해 6월 셋째 주 1369.56원에서 넷째 주 1370.16으로 오른 이후로 29주 연속 하락하고 있다. 19일 기준 경유 평균 판매가격은 ℓ당 1150.78원까지 떨어졌고 가장 싼 곳은 975원으로 1000원 밑으로 내려간 곳도 있다.
경유 가격 하락은 기본적으로 원료인 국제유가가 최근 배럴당 20달러대까지 급락한 데 따른 것이다. 보다 직접적으로는 국내 경유 판매가격 기준이 되는 싱가포르 시장에서 제품 가격이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자동차용으로 주로 사용되는 경유(황 함유량 0.001%) 제품의 국제 가격은 2014년만 해도 ℓ당 800원 안팎을 기록했지만 올해 들어 19일까지 평균 299.22원으로 300원을 밑돌았다. 국제 제품 가격은 시차를 두고 정유사의 공급가와 주유소의 판매가격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당분간 경유 가격 하락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전국 최저가 주유소(19일 기준 975원)처럼 전국 주유소들의 평균 경유 판매가격이 1000원 밑으로 떨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휘발유보다는 덜하지만 경유에도 유류세와 수입부과금, 관세, 부가가치세 등 각종 세금이 붙어서다. 올해 1월 평균 기준으로 경유 1ℓ에는 670원 안팎의 세금이 부과되고 있다. 국제 제품 가격(299.22원)에 세금만 더하더라도 1000원에 육박한다.
경유 판매 가격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9년 이후 40% 대를 유지하다가 지난해 50% 대에 올라서고서 올해 들어서는 60% 가까이 치솟으면서 저유가에 따른 소비자 혜택을 가로막고 있다.
일본은 세전 경유 가격이 ℓ당 625원으로 우리나라보다 80원 이상 비싸지만 세금이 390원 수준에 불과해 주유소 판매가격은 1015원으로 우리나라보다 100원 이상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