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보는 경제 톡] ‘응답하라 1988’ 스포일러 홍수…모를 권리 침해한 대가는?

입력 2016-01-13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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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tvN '응답하라 1988' 트위터)
(출처=tvN '응답하라 1988' 트위터)

‘응답하라 1988’의 스포일러가 화제가 됐습니다. 극 중 한 커플이 결혼을 한다네요. 어제(12일)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공군회관에서 촬영을 하다 팬들에게 딱! 들켰습니다. 언론들은 실시간 중계하듯 기사를 쏟아냈고, 더불어민주당 김광진 의원은 리트윗 1000건을 내걸고 팬들과 스포일러 ‘밀당(밀고 당기기)’을 했습니다.

“당했다.”

스포일러를 보자마자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SNS에도 ‘김빠진다’는 반응이 줄을 이었습니다. 이야기가 전부인 드라마와 영화, 예능에서 스포일러는 최악입니다. 1995년 버스를 타고 가던 한 남성이 ‘유주얼 서스펙트’를 보기 위해 영화관 앞에 줄지어 있는 관객들을 향해 소리쳤습니다. “절름발이가 범인이다.” 스포일러 레전드로 회자되는 사건(?)입니다.

반전 영화의 아이콘인 식스센스도 1999년 개봉 당시 “브루스 윌리스가 귀신”이란 스포일러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죠. 여섯 번째 멤버를 뽑는 무한도전의 ‘식스맨’, 서바이벌 음악 프로그램인 ‘나가수’, 두뇌게임 예능 ‘더 지니어스’도 같은 비슷한 일을 겪었습니다.

스포일러는 제작자들에게 큰 피해를 줍니다. 문화평론가 김헌식 씨는 2004년 개봉된 영화 ‘슈퍼스타 감사용’의 부진은 스포일러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모를 권리’를 침해한 스포일러, 그 피해를 돈으로 따지면 얼마나 될까요?

(출처=MBC '미스터리 음악쇼-복면가왕')
(출처=MBC '미스터리 음악쇼-복면가왕')

◇복면가왕= 한 회 제작비

모든 창작물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스포일러는 이 법을 위반한 것으로 간주하죠. 유포자는 저작권자에게 정신적ㆍ금전적 손해를 물어줘야 합니다.

그래서 최근 예능 프로그램들은 방청객과 출연진들에게 녹화 내용을 발설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받습니다. MBC ‘복면가왕’은 청중 평가단들에게 ‘방송에 관한 내용을 SNS에 공개하면 한 회 제작비를 물어야 한다’는 조항이 포함된 각서를 받았습니다.

만약, 스포일러를 유출했다면 손해배상을 피할 길은 없습니다. 비밀을 지키기로 서로 약속을 했기 때문이죠. 다만, 한 회 제작비를 모두 물어야 하는 건 아닙니다. 제작진이 일방적으로 제시한 조건이니까요. 당사자 간 합의와 법원의 판결을 통해 손해배상 규모가 결정됩니다.

‘복면가왕’의 한 회 제작비가 얼마나 되는지는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다만 유추해 볼 수는 있는데요. 지난해 2월 JTBC ‘썰전’에서 김구라는 “‘복면가왕’은 ‘나가수’보다 제작비가 20~30% 정도 덜 든다”고 했습니다. 2014년 MBC 권석 PD가 ‘무한도전’에 출연해 “나가수 한편 제작비는 1억원 이상”이라고 말 한 것에 비춰보면 복면가왕의 한 회 제작비는 7000만~8000만원 정도로 추정됩니다.

◇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 시즌3= 10억원

스포일러에 따른 손해액을 정확하게 명시한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지난 2011년 On Style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 시즌 3(이하, 프런코3)’인데요. 당시 제작진은 정보 유출을 막기 위해 도전자는 물론 심사위원, 스페셜 게스트들에게 10억원에 달하는 손해배상 각서를 쓰게 했습니다.

제작진이 손해액으로 산정한 10억원은 총 제작비입니다. ‘프런코’는 99% 사전 제작입니다. ‘톱 3’에 오른 도전자들의 파이널 컬렉션을 제외하고 전편을 방송 전에 촬영합니다. 매회 탈락자와 우승자가 가려지는 서바이벌 리얼리티 쇼이기 때문에 보안유지는 프로그램 생명과도 같습니다. 최종 결과가 알려진다면 시청률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죠. 따라서 10억원은 스포일러 강경 대처에 대한 제작진의 의지를 표현한 액수입니다.

(출처=마블스튜디오)
(출처=마블스튜디오)

◇어벤져스2= 3대가 망할 수준(?)

지난해 3월, 실시간 검색어에 마포대교, 상암동, 강남대로가 올랐습니다. ‘어벤져스2’ 촬영 장소였죠. SNS에는 ‘마포대교 다녀 왔어요’, ‘크리스 에반스 잘 생겼네요’ 등의 목격담이 넘쳐났습니다. 그러나 촬영 내용을 담은 글이나, 현장을 찍은 동영상은 거의 없었습니다.

‘스포일러를 올릴 경우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란 제작진의 엄포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온라인커뮤니티에는 ‘어벤져스2’ 총 제작비가 2억5000만 달러(당시 약 2500억원)나 된다며 “3초 동영상 올리면 3대(代)가 망한다”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돌았습니다.

미국은 지적재산권의 본고장이라 불릴 만큼 저작권에 대한 잣대가 엄격합니다. 무인도 모래 위에 ‘HELP’를 쓰는 것보다 ‘미키마우스’를 그리는 것이 더 빨리 구조된다는 얘기까지 있을 정도죠. 캐릭터 무단사용을 적발하기 위해 월트디즈니 관계자가 무인도까지 찾아온다는 겁니다.

7년 전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에게 애플의 ‘아이팟’을 선물한 적이 있었는데요. 이 MP3 안에는 록 오페라 ‘에비타(Evita)’의 주제곡 ‘돈 크라이 포미 아르헨티나(Don't Cry For Me, Argentina)’를 비롯해 40곡이 담겨 있었다고 합니다. 당시 언론들은 이 부분을 문제 삼았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음원을 구매했어도 타인에게 이를 양도하는 행위는 불법이란 거죠. 이에 오바바 대통령이 곡당 15달러(당시 약 2만원)를 손해배상 해야 한다는 지적이 줄을 이었습니다.

(출처=현대차 홈페이지)
(출처=현대차 홈페이지)

◇현대차 ‘투싼’ㆍ기아차 ‘K5’= 3000억원

스포일러는 문화계뿐만 아니라 산업계에서도 골칫거리입니다. 스파이샷이 대표적입니다. 자동차 회사들은 신차를 내놓기 전 위장막으로 차체를 가리고 일반 도로에서 주행 테스트를 합니다. 스파이샷은 이 모습을 찍은 사진입니다. 위장막으로 가리긴 했지만 온라인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소위 전문가(?)들은 전 모델과 달라진 점을 귀신같이 찾아냅니다. 피할 수 없는 시선이지만 자동차 회사들에겐 골칫거리입니다.

지난해 출시된 ‘투싼ix’와 ‘K5’도 골머리를 앓았죠. 2014년 11월, 한 자동차 동호회 게시판에는 6장의 사진이 게재됐습니다. 투싼 새 모델의 스파이샷이었습니다. 6년 만의 풀체인지(완전 변경)에 신차 디자인은 극비였습니다. 비슷한 시기 출시된 ‘K5’도 마찬가지였죠.

결국 ‘투싼ix’과 ‘K5’의 스파이샷을 인터넷에 유포한 자동차 동호회 회원은 경찰에 불구속 입건됐습니다. 회사 측은 스파이샷으로 기존 차랑 판매량이 급감해 3000억원의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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