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는 한때 다자녀 가정을 매국노로 치부하던 시절이 있었다. 1979년부터 시행한 ‘한 가구 한 자녀 정책’ 때문이다. 넓은 땅덩이에서 인구는 폭발적으로 늘어나는데 이를 부양할 만한 경제력이 뒷받침되지 못해 중국 정부가 내린 결정이 ‘한 가구 한 자녀 정책’이었다. 자녀가 많으면 많을수록 복이 많이 생기고, 그 자녀들이 부모의 노후까지 책임져 ‘다산(多産)’을 미덕으로 여겼던 중국에 있어서 이는 인구정책의 대전환점이었다. 중국은 이를 통해 인구 증가를 억제함으로써 식량과 식수난을 해결하고, 환경오염도 줄여 국가재정 부담도 줄어드는 등 ‘한 가구 한 자녀 정책’은 성공을 거두는 듯했다.
그랬던 중국이 지난 10월 말 폐막한 제18기 중앙위원회 5차 전체회의(18기 5중전회)의 결과를 발표하면서 ‘한 가구 한 자녀 정책’을 전격 폐지하고 모든 부부에게 두 자녀를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35년간 지속해온 ‘한 가구 한 자녀 정책’을 갑작스럽게 폐기한 그 이면에는 심각한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인구절벽’에 직면한 13억 인구 대국의 절박함이 있었다.
40년 가까이 계속된 산아제한 정책으로 중국은 인구 4억명을 억제하는 효과를 거뒀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면서 여성의 교육 수준이 향상돼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고, 육아와 주택 비용은 상승하고, 이로 인해 저출산 고령화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노동인구가 급격히 줄면서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의 발목을 잡고 있다.
최근 세계은행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노동인구는 2012년부터 감소세로 돌아섰다. 2040년까지 노동인구는 현재보다 9000만명이 감소할 전망이다. 또한 60세 이상 인구 비율은 현재 전체 인구의 15%가 넘는데, 이대로라면 2050년에는 약 30%가 된다. 앞으로 35년 뒤에는 노동인구 3.3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한다.
노동 생산성, 연금 및 의료비용 지출 등 노동인구 감소와 인구의 고령화가 경제에 미칠 영향을 감안하면 중국 건국 100주년을 맞는 2049년엔 ‘세계의 공장’, ‘세계 경제의 원동력’으로서 중국의 존재감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결국 중국 정부가 ‘한 가구 한 자녀 정책’을 폐기한 건 사실상의 경기 부양책이었던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이처럼 심각한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절벽이 중국만의 과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4월 발표한 ‘세계 경제 전망’에서 고령화로 인해 노동생산성이 더디게 개선되면서 잠재 성장률이 세계적으로 낮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동시장에 젊은 층이 참여하는 속도보다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돼 상황은 더욱 악화할 것이라고 IMF는 지적했다.
다국적 회계법인 언스트앤영은 보고서에서 세계 인구가 지난 2010년 69억명에서 2020년에는 76억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나라에서 노동인구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에서 가장 일찍 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이미 노동 불가능 인구가 노동인구를 웃돌고 있다. 유럽에선 2010년에 똑같은 상황을 맞았다. 이렇게 한 해에 감소하는 노동력은 20만명이지만 2030년까지 830만명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언스트앤영은 향후 10년간 러시아, 캐나다, 한국, 중국 등의 나라에서도 같은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젊은 인구가 많은 나라는 이런 가운데에서도 반사익을 볼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언스트앤영에 따르면 현재 인도 인구의 3분의 1은 15세 미만이다. 브라질, 멕시코, 인도네시아 등 젊은 인력이 많은 다른 신흥국은 젊은 인재의 노동 참여로 생산성과 경제 성장에 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이러한 수혜를 입는 건 국가가 젊은이들에게 기술을 익힐 수 있도록 적절한 교육과 경제적 기회를 제공할 경우의 이야기다. 현재는 고용주가 필요로 하는 기술과 쓸모 있는 인재의 불일치가 확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고용주 입장에서 ‘인력이 남아돌아도 인재가 부족하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타워스왓슨의 조사에서는 글로벌 기업의 65%, 신흥국 기업의 80% 이상은 핵심 기술을 가진 인재 확보가 어렵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