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은 21일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당사 직원들의 불미스러운 행동으로 인해 많은 분께 실망감을 드린 점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당사는 관련 사실을 파악한 후 회사의 규정에 따라 인사위원회의 절차를 진행했으며, 그 결과에 따라서 상응하는 징계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심상배 아모레퍼시픽 사장은 "개인의 잘못이기는 하나, 당사에 소속된 직원들의 잘못인 까닭에 회사의 책임 또한 크다고 생각한다"며 "물의를 일으킨 직원의 소속회사 대표로서 기사님과 가족, 그리고 아모레퍼시픽을 사랑해 주시는 모든 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전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6일 새벽 홍대입구역에서 만취한 커플이 예약 승객을 기다리던 콜택시에 탑승하면서 시작됐다. 하차를 요구하는 택시기사의 멱살을 잡고 흔들고, 심지어 '승차 거부'로 112에 신고하기도 했다. 택시기사는 커플에게 상황을 설명했지만 남자는 운전석 문을 열고 다짜고짜 택시기사에게 발길질을 했다. 택시기사가 방어하자 여자친구도 폭행에 동참했다. 택시기사는 얼굴과 손목 등을 다쳐 전치 2주의 진단을 받았다.
이처럼 택시기사를 무자비하게 폭행한 커플은 국내 화장품 업계 1위 아모레퍼시픽의 사내커플로 밝혀졌다. 아모레퍼시픽은 사건 발생 직후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지만 큰 사회적 물의를 빚은 직원들을 여전히 감싸고 있는 상황이여서 여론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특히 이 회사를 이끄는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은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갑질 논란에 대해서도 입을 굳게 다물고 있어 도덕적 리더십에 치명적인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서 회장은 지난 2013년 국내 화장품 기업 최초로 '1억 달러' 수출을 넘어선 지 2년 만에 또 다시 '2억 달러' 기록 갱신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성공 뒤에 화장품 점포의 사정을 외면하고 본사의 지위를 남용해 '갑질'을 일삼았다는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특약점 소속 방문판매원을 일방적으로 재배치해 고발당한 아모레퍼시픽과 이 회사 관계자가 최근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부장검사 한동훈)에 따르면, 공정거래법상 거래상 지위남용 혐의로 아모레퍼시픽 법인과 전 상무 이모(52)씨가 불구속기소 됐다. 아모레퍼시픽은 2005년부터 2013년까지 독립사업자인 특약점 소속 방문판매원 3686명을 본인이나 점주 동의 없이 다른 특약점이나 직영영업소로 보낸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조사결과 이 같은 아모레퍼시픽의 갑질로 2회 이상 방문판매원을 빼앗긴 특약점은 70개에 달했고, 5회에 걸쳐 방문판매원을 뺏긴 곳도 있었다. 이로 인한 특약점들의 1년 매출 하락 추산액은 중소기업청 산정 기준 726억원 상당이다.
하지만 특약점 측은 추후 아모레퍼시픽과의 계약 갱신이나 제품 공급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 것을 두려워해 방문판매원을 뺏겨도 반발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아모레퍼시픽은 이 같은 방문판매원 재배정을 특약점들에 대한 통제 수단으로 악용하거나 퇴직 직원들에 대한 보상으로 활용한 사실도 드러났다.
페이스북을 이용하는 누리꾼들은 아모레퍼시픽의 페이스북 계정에 아모레퍼시픽에 대한 실망감을 표출했다. 한 누리꾼은 "얼마 전 채용면접에서 국정교과서 찬반질문으로 사상검증 논란, 2013년도에는 아모레퍼시픽 영업팀장이 대리점주에 가한 협박성 폭언 녹취록 언론공개, 2005년도부터 2013년도까지 특약점들에게 갑질 횡포까지. 특수폭행, 거래상 지위남용, 논란에 터무니없는 변명으로 대처하는 태도 등등. 직원들의 위법행위는 습관이요, 도덕성은 개나 줘버린 겁니까?"라며 그동안 아모레퍼시픽이 저질렀던 문제들을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