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2016년 정기 사장단 인사에서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 무선사업부 개발실장을 무선사업부장(사장)으로 발탁하면서 향후 사업 전략의 핵심이 연구·개발(R&D)에 집중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미국 경제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일(현지시간) ‘삼성의 새 모바일 수장, 힘든 싸움에 직면하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새로 무선사업부장을 맡게 된 고동진 사장을 집중 조명했다.
신문은 고 사장에 대해 전임자인 신종균 사장과는 대조적인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신 사장은 공격적인 경영 스타일로 폭발적인 성장 뿐만 아니라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고 삼성을 세계 최대의 스마트폰 업체로 성장시킨 인물이라고 신문은 극찬했다. 고 사장에 대해선 기업용 보안 솔루션인 ‘녹스(KNOX)’, 모바일 결제 시스템인 ‘삼성페이’ 등 삼성 모바일 부문의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발전의 토대를 마련한 인물로 사내에서 신망이 두터운 인물로 통한다고 소개했다. WSJ는 그의 성공 요인 중 하나는 호감 가는 인품과 한국 재계에서 튀지 않는 자세로 일관온 것에 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무선사업부 개발실장(부사장)에 발탁된 고 사장이 1년 만에 사장으로 승진하게 된 배경은 스마트폰 업계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소프트웨어와 서비스의 중요도를 높이겠다는 회사의 의지에 있다고 보고 있다. 다니엘 김 맥쿼리 애널리스트는 “휴대폰이 범용화하면서 삼성이 R&D에 더 집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은 현재 고급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애플에, 저가 시장에서는 중국과 인도 업체들에 치이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지난 2년간 삼성은 판매 부진을 겪어야만 했다. 지난해부터 갤럭시 차세대 모델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썩 좋지 못했다. 올해에는 커브드 디스플레이가 장착된 갤럭시S6엣지와 평면인 갤럭시S6의 수요를 잘못 예측한 것도 문제였다. 그 결과 지난 2분기 삼성 IM 부문의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38% 감소했다. 이 때문에 회사는 3분기에 화면을 키운 갤럭시S6엣지플러스를 추가 출시해 만회에 나설 수 밖에 없었다고 WSJ는 분석했다.
고 사장은 성균관대학을 졸업한 후 1984년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WSJ는 그가 영국 서섹스대학에서 석사 과정을 마쳐 전임자인 신 사장보다 영어 실력이 우수하다고 전했다. 그는 2000~2006년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 유럽연구소장직을 지냈는데 이때부터 삼성의 모바일 사업에 발을 디뎠다.
고 사장은 첫 출근일인 2일 기자들에게 “일단 기분은 좋고 설렌다. 대신 부담은 많이 되고 잘해야겠다,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 많이 하고 있다”고 승진 소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