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자동차 보험 정책 전환을 놓고 충돌하고 있다.
1일 금융당국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위는 금감원이 추진했던 자동차보험 건수제 전환에 제동을 걸었다.
자동차보험 건수제란 사고건수가 적으면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제도다. 그동안은 사고점수를 매겨 자동차보험의 할인·할증을 정해왔다.
자동차보험 할인·할증 제도 변경은 금감원이 지난해 8월부터 보험업계와 함께 준비해온 것이다. 현재 사고점수제인 할인할증 제도는 1989년 도입된 낡은 제도이기 때문에 변화된 상황에 맞게 손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건수제 전환을 위해 지난 2013년 11월부터 총 3차례 공청회 및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후 지난해 8월 금감원은 자동차보험 할인할증 제도를 건수제로 25년만에 전환하기로 했다.
인적사고는 늘고 물적 사고가 줄어드는 현실을 반영해 오는 2018년 도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19일 중소기업중앙회와 공동으로 개최한 중소기업인 간담회에서 “자동차보험 할인·할증 기준은 기본적으로 현행 점수제를 계속 유지할 방침”이라면서 “다만 보험사의 자율성 확대에 따라 보험사가 자율적으로 건수제를 선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의 한마디에 수년 동안 공들여 준비해온 자동차보험 건수제 전환 정책이 물거품으로 돌아간 것이다.
금융위와 금감원이 보험 자율화를 놓고 부딪힌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금융위가 최근 연이어 보험규제 자율화를 발표하자 금감원은 시장 질서 혼란이 우려된다며 생명보험·손해보험사 대표 및 보험대리점 대표 등 60여 명을 호출해 진웅섭 금융감독원장과 '모집질서 개선을 위한 자율협약’을 맺도록 했다.
금융위가 보험산업 감독과 규제의 패러다임을 사전규제에서 사후감독 강화로 전환하면서 금감원의 사전심의 업무는 사실상 휴업 상태에 돌입했다. 금감원은 해당 부서의 인력을 대폭 축소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보험 정책을 시장에 맡기자는 쪽이지만, 금감원은 이에 따른 소비자 피해를 우려해 사사건건 부딪히는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정책과 감독을 맡은 금융위와 금감원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어느 쪽에 맞춰야 하는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