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심의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과 '두번의 실패는 없을 것'이라며 절치부심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웃었다. 간신히 1곳의 '황금티켓'만 거머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웃을수만은 없는 상황해 처했고,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3년만에 면세점 사업에서 강제 철수 당하면서 참담한 심정이다.
'황금알을 낳은 거위'이라고 지칭되는 서울 3곳 시내 면세점의 사업자로 롯데와 신세계, 두산이 선정되고, SK가 탈락했다. 부산 지역 면세점 1곳은 신세계가 따냈다. 관세청 면세점 특허심사위원회는 14일 이런 내용의 면세점 사업자 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롯데는 소공점을, 신세계는 워커힐면세점을, 두산은 롯데 월드타워점 티켓을 손에 쥐었다.
두산은 올 연말(12월31일) 만료되는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의 특허를 넘겨받아 면세점 업계에 처음으로 발을 내딛는다. 두산은 △인근 대형 쇼핑몰과 연계해 'K-Style' 타운 조성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및 전통시장과 연계한 야시장 프로그램 추진 △지역 내 역사탐방, 먹거리탐방 프로그램 운영 △심야 면세점 운영(현재 검토 중)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신세계는 지난 7월 신규 대형면세점 선정시 서울 입성에 실패했지만 이번에는 성공했다. 백화점·대형마트·아웃렛 등 유통업을 수직계열화한 신세계는 본점 신관에 면세점을 낼 예정이며 이를 통해 롯데면세점 소공점과 함께 명동을 '면세점 특화지역'으로 만들 구상을 하고 있다.
신세계는 오는 12월15일 특허가 만료되는 부산 면세 점의 입지를 기존 파라다이스호텔에서 새로 센텀시티를 제시, 운영권을 지켜내는데에도 성공했다.
롯데는 올 연말 특허가 만료되는 2곳 가운데 소공점 수성에만 성공했고, 월드타워점은 실패했다.
롯데면세점은 업계 최초로 글로벌 매출 4조원을 돌파했으며 전체 유통업계 매출로도 1위다. 지난 7월 매출액 기준 롯데의 점유율은 50.1%로 2위 기업 신라(29.5%)를 큰 격차로 따돌리고 있다.
이번 월드타워점 수성 실패로, 국내 시장에서의 입지는 물론 '톱3위에서 2020년 1위 도약'이란 글로벌 비전 달성도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지난해 월드타워점 매출 규모가 올해 100% 동일하게 이관된다는 전제로 롯데가 월드타워점 특허를 상실할 경우, 총 매출액은 2조원대 초반으로 하락하게 된다.
SK그룹은 23년만에 면세점 사업을 완전히 접게 되는 최악의 결과를 맞게 됐다. 더욱이 SK는 약 1000억원을 투자해 워커힐면세점을 두배(약 3000평) 이상 늘리는 공사를 진행중이였다. 이같은 선투자는 모두 물거품이 됐다.
한편, 특허심사위원회는 지난 13일부터 1박2일간 충남 천안 관세국경관리연수원에서 면세점에 대한 특허 심사를 진행했다. 사업자 평가 기준은 5개 항목에서 1000점 만점이다.
세부 항목별로 관리역량(300점), 지속가능성·재무건전성 등 경영능력(250점), 관광 인프라 등 주변 환경요소(150점), 중소기업 제품 판매실 적 등 경제·사회발전을 위한 공헌도(150점), 기업이익의 사회 환원 및 상생협력 노력 정도(150점)다.
관세청 관계자는 "심사위원의 경우 총 15명 중 1명이 개인사정으로 불참해, 학계, 소비자 단체 등 민간위원 9명, 정부위원 5명으로 구성해 심사를 진행했다"며 "위원 선정도 수백명의 위원 풀을 대상으로 전산 선별시스템을 통해 무작위로 추출함으로써위원 선정에 공정을 기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