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경의 스크램블 톡] 생계형 SF 영화 ‘마션’의 재발견…우주시대의 희망은 ‘농업’이다

입력 2015-11-13 10:33 수정 2015-11-13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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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션(2015)'의 한 장면 캡처.
▲영화 '마션(2015)'의 한 장면 캡처.

얼마 전에 영화 ‘마션’을 봤습니다. ‘에이리언(1987)’을 만든 리들리 스콧 감독이 앤디 위어의 베스트셀러 SF 소설 ‘Martian’을 영화한 것이죠. 화성 탐사대의 일원인 식물학자 마크 와트니가 갑작스런 모래 폭풍으로 현지에 홀로 남겨져 지구에서 구조대가 도착할 때까지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한다는 내용입니다.

스타트렉(1966)-스타워즈(1977)-이티(1982)-에이리언(1987)-아마겟돈(1998)-우주전쟁(2005).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우주를 다룬 영화들은 이랬습니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막연한 호기심과 공포를 자극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죠.

그러던 것이 2000년대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점점 현실성을 띱니다. 허블3D(2010)-아폴로18(2011)-프로메테우스(2012)-그래비티(2013)-인터스텔라(2014)에 이르기까지 SF 영화들은 어느 새 성큼 다가온 우주시대의 실상을 현실성있게 그립니다.

▲영화 '마션(2015)'의 한 장면 캡처.
▲영화 '마션(2015)'의 한 장면 캡처.

현재 상영 중인 작품 ‘마션’은 생계형 SF로서 우주 관련 영화의 방점이라고 하겠습니다. 지구에서 화성까지 구조대가 오려면 최소 4년. 그때까지 목숨을 부지하려면 식량과 에너지는 물론이고 우선 물, 공기와 같은 최소한의 생명유지 장치가 필요하지요.

이같은 극한의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주인공 와트니가 화성 최초의 농사꾼으로 변신하는 과정은 감탄을 자아냅니다. 불가항력적인 여건에서 유한한 자재를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와트니. 냉정하게 논리적으로, 그리고 열정을 담아 유일한 식량인 감자의 싹을 틔워가는 모습은 과학자적인 동시에 농사꾼의 잠재력을 느끼게 합니다.

▲영화 '마션(2015)'의 한 장면 캡처.
▲영화 '마션(2015)'의 한 장면 캡처.

여기서 잠깐! 미지의 세계에 혼자 남겨진 상황에서도 오로지 살아남아야겠다는 일념 때문인지 그에게서 고독이나 공포는 전혀 찾아볼 수 없습니다. 낙천적으로, 유머러스하게 혼자놀기의 진수를 보여준 와트니의 모습이 오히려 현실 세계의 정글에서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관객들에게 위안을 주기도 합니다.

영화 ‘마션’에서는 미 항공우주국(NASA)과 화성의 장면이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지구의 환경이 어느 정도로 피폐해졌는지는 비쳐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개봉한 영화 ‘인터스텔라’에서는 온통 먼지로 뒤덮인 지구에서 당장 먹을 것과 마실 것, 살 곳을 찾아 나서는 인류의 모습이 그려지지요. 눈길을 끄는 건 모든 산업이 괴멸했어도 유일하게 남은 것이 인류 최초의 산업인 ‘농업’이란 것이었습니다.

▲영화 '마션(2015)'의 한 장면 캡처.
▲영화 '마션(2015)'의 한 장면 캡처.

현재 지구는 극심한 엘니뇨 현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홍수와 가뭄으로 식량 공급이 줄면서 일부 소프트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있지요. 기후변화는 인류에 있어서 재앙입니다. 유가 불안정과 육류 소비 증가, 바이오 에너지 생산 증가 등으로 인해 식량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가운데, 설상가상 기상이변으로 사막화 지역이 늘고 물까지 부족해지면서 경작지 면적이 줄어들고 있다고 합니다. 여기다 국가간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시장 개방과 농업 구조조정이 이뤄지면서 세계적으로 농업은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적어도 현재 지구에서는 말이죠.

하지만 우주시대엔 반전이 예상됩니다. 지구 밖에는 아직도 개척해야 할 행성이 무궁무진합니다. 우주강국들이 화성 탐사에 유독 공을 들이는 건 지금까지 밝혀진 중에 화성이 지구의 환경과 가장 유사하기 때문이라고 하지요.

▲영화 '마션(2015)'의 한 장면 캡처.
▲영화 '마션(2015)'의 한 장면 캡처.

현실이 영화 ‘마션’대로 전개된다면 첫 번째 화성인이든 두 번째 화성인이든 인류가 화성으로 이주하게 되면 모든 산업의 출발점은 농업이 될 것입니다. 먹고 사는 문제, 특히 식량의 자급자족이 최우선일테니까요. 그렇지 않으면 “먹거리 구해올테니 4년 만 기다려~”라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벌어질 지도 모르겠습니다.

과거 영화 속 상상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실제로 이뤄졌습니다. 30년 전 영화 ‘백 투 더 퓨처(1985)’가 대표적이지요. 하늘을 나는 자동차는 슬로바키아의 ‘에어로모빌3.0’으로, 애완견을 산책시키는 무인비행기는 ‘드론’으로, 신기만 하면 자동으로 끈이 조여지는 운동화는 ‘나이키 에어 매그’로, 공중을 떠다니는 호버보드는 도요타자동차의 렉서스 등이 실제로 구현했습니다.

‘마션’ 속 주인공에게 닥친 상황이 결코 남의 일 같지 않은 이유입니다. 우주시대의 희망은 바로 농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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