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HMR(가정간편식) 시장에 본격적으로 발을 내딛으면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정면 승부를 펼치게 됐다. 백화점과 마트, 아웃렛과 면세점 등 유통 시장에서 활발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이들은 HMR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고 사업확대에 나서면서 자존심 승부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출발은 정 부회장이 빨랐다. 이미 이마트의 가정간편식 브랜드 ‘피코크’로 HMR 시장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신 회장은 이에 맞서 뒤늦게 HMR시장에 뛰어든만큼 긴급하게 시장진출 4단계 전략을 최근 완성했다.
롯데의 가정간편식 시장 진출은 신 회장의 강한 의지에서 비롯됐다. 신 회장은 트렌드를 선도할 수 있는 상품 개발을 끊임없이 강조해왔다. 이 같은 의지는 지난 9월 서울 잠실 롯데호텔에서 열린 ‘2015 롯데 마케팅 포럼’에서도 드러났다. 이날 신 회장은 “상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는 끊임없이 변하기 때문에 시장 흐름에 앞서는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신 회장의 특명 하에 롯데푸드는 HMR 사업에 발걸음을 재촉했지만, 후발주자로서 시장 진입의 어려움 등으로 속도감이 늦을 수 밖에 없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피코크가 채찍질이 됐다.
정 부회장이 야심차게 내놓은 피코크는 론칭 2년 만에 이마트 가정간편식 전체 매출의 10%를 훌쩍 넘어섰다. 최근에는 조선호텔과 합작한 ‘피코크 조선호텔 김치 8종’을 선보였다. 대형마트에서도 특급호텔의 음식을 맛볼 수 있게 함에 따라 PL(자체브랜드)의 고급화를 선도해 피코크를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로 키운다는게 정 부회장의 구상이다.
이에 자극받은 신 회장은 연말에 롯데의 가정간편식 사업을 론칭할 방침이다. 구체적으로는 △유통(롯데마트)과 연구소가 상품을 개발하고 △롯데푸드는 개발된 상품에 대한 인프라를 담당하며 △유통채널을 통해 상품을 판매키로 했다. 또 △장기적으로 외부 유통채널을 통한 판매를 고려하는 등 총 4가지 단계별로 전략을 완성했다.
롯데푸드는 현재 가장간편식 제조시설 4개를 확보하고, 롯데마트 등 롯데그룹 계열사를 통해 판매에 나서고 있다. 롯데푸드 측은 “스파게티나 드레싱 등 일부 가정간편식 제품을 선보였고, 종합식품 회사로 성장하기 위해 가정간편식 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