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의 3일, 클렌즈 주스 체험기

입력 2015-11-04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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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이 쪘다. 요요였다. 올해 2월 거의 한 달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고 스피닝으로 뺀 살이 지난 9개월 동안 적립금 쌓듯 포동포동 올랐다. 살을 빼야 한다고 생각은 하지만, 헬스장 쪽으로는 고개도 돌리고 싶지 않다. 지금 나에겐 색다른 자극이 필요했다. “너 살쪘지?” 같은 충격 요법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 자극이야 받아봤자 폭식만 부른다. 나에게는 내 몸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몸을 리부트해줄 그런 자극이 필요했다.

몇 년 전부터 몸에 쌓인 독소를 빼는 클렌즈 주스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할까말까 했는데 아무래도 지금이 클렌즈하기 딱 좋은 때인 것 같다. 일단 카드부터 긁자. 3일 정도면 적당하겠지? 그리하여 시작된 나의 디톡스 클렌즈 주스 체험기를 소개한다.

(*본 리뷰는 기자 사비로 구입해 이루어졌습니다.)

[주시 스테이 프레쉬 250ml x 12병, 8만 2000원]

내가 선택한 클렌즈 프로그램은 주시다. 주시는 초록창에 영어로 ‘Juicy’라고 쳐야만 겨우 공식 사이트를 찾을 수 있는 아주 작은 주스 부티크다. 그런 이곳을 처음 알게 된 건, 내가 팔로우하고 있는 한 모델의 인스타그램에서다. 요즘 이태원의 핫 피플은 모두 주시를 마시고 있더라. 주시의 가장 큰 경쟁력은 저렴한 가격이다. 다른 곳에서 보통 10만원에서 20만원 정도 하는 3일 클렌즈 프로그램을 8만 2000원에 체험해 볼 수 있다. 큰 물약병처럼 생긴 병에 주스를 담아주는데 병은 버리기 아까울 정도로 예쁘다. 클렌즈 프로그램에 7000원을 추가하면 피크닉 때 유용하게 쓰일 리넨 콜드 박스도 함께 받을 수 있다.

Day 1.

토요일 아침 택배 아저씨의 반가운 방문으로 나의 클렌즈는 시작되었다. 첫날은 마실만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250ml 용량의 주스 4병을 비우는 스케줄이었다. 새로운 음료를 마실 때마다 이번에는 어떤 맛일까 궁금하고 설렌다. 한병 한병 비울 때마다 내 몸이 조금씩 건강해질 거란 기대로 가득 찼다. 기분이 좋다. 내 몸에 좋은 일을 한다는 생각에 즐겁기까지 하다. 물론 SNS에도 올렸다. 아직은 첫날이라 크게 배가 고프지도, 큰 변화를 느끼지는 못한 상태로 잠이 들었다.

Day 2.

다음날이다. 아침부터 화장실에 다녀왔다. 한동안 변비에 시달렸는데 몸속에 오래 간직했던 것들이 다 빠져나오는 기분이었다. 위는 배고픔으로 장은 화장실 신호로 계속 부글부글 거린다. 계속 액체(주스)를 마시니 평소보다 화장실을 자주 가게 된다. 커피가 아니면 거의 물을 마시지 않는 나에게는 이건 긍정적인 반응이다. 오후가 돼서 주스를 6병째 비우니 질리기 시작한다. 게다가 몸에 힘이 하나도 없다. 머리도 아프다. 몸의 독소가 빠져나가고 몸의 세포가 재생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명현현상이다. 만약 클렌즈 프로그램 시작하려고 한다면 주말에 하는 것이 좋겠다. 기운이 없어 내내 침대에만 누워있었다. 저녁쯤 되니 주스는 꼴도 보기 싫어진다. 배고픔과 어지러움을 안고 평소보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Day 3.

월요일 아침이다. 몸에 힘이 하나도 없는데 정말 오늘 회사에 출근해야 하는가. 원래도 불행한 월요일 아침이 훨씬 더 불행해졌다. 남은 주스 4병을 가방에 넣고 잘 떨어지지 않는 걸음을 옮긴다. 기운은 없고 계속 액체를 마시는데도 입이 자꾸 마른다. 난 클렌즈 주스를 마셨는데, 몸 안에 연가시가 자라고 있는 것일까? 신경은 잔뜩 곤두섰다. 커피 없는 월요일 아침이란 얼마나 불행한가. 그래도 마지막 날이 되니 몸에 변화가 느껴진다. 볼록 튀어나왔던 아랫배가 많이 들어갔고, 몸의 붓기가 전체적으로 빠졌다. 꽉 맞던 바지가 조금 헐렁해졌다. 힘겨운 하루를 끝내고 집에 돌아와 몸무게를 재니 3kg 정도가 빠졌더라. 얏호!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클렌즈 주스는 꽤 만족스러웠다. 짧은 기간 동안 몸무게도 많이 빠졌고, 몸이 한결 가벼워진 느낌이다. 하지만 이 몸무게는 3일 동안 아무것도 안 먹어서 빠진 것이니 너무 기뻐해선 안된다. 방심하고 평소처럼 음식을 탐하는 순간 원상복구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클렌즈를 한 기간만큼 보식도 해야 한다. 그래도 확실한 건 다이어트에 좋은 시작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주시를 선택한 건 저렴한 가격과 소름끼치게 귀여운 리넨 콜드 박스 때문이었다. 하지만 눈을 조금만 돌리면 시중에는 수많은 클렌즈 주스가 있다. 여러분의 알 권리를 위해 지금 가장 핫한 클렌즈 주스를 몇 개를 모아봤다. 취향에 따라 골라 보시길. 모두 3일치다.

콜린스 그린

[콜린스 그린 CJO 추천 클렌즈(3Days) 350ml x 15병, 12만 5000원]

콜린스 그린은 그날 만들고, 그날 새벽 배송을 원칙으로 하는 정직한 곳이다. 클렌즈 기간을 정하면 매일 아침 신선하게 짠 주스 5병이 네모 반듯한 병에 배달된다. 첫날엔 가장 가벼운 슬림 클렌즈로 시작해 공복감과 명현현상이 가장 심한 둘째 날엔 맛있는 주스와 든든한 넛 밀크가 있는 시그니처 클렌즈, 그리고 마지막 날엔 제철 과일과 채소가 듬뿍 있어 클렌즈의 회복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시즈널 클렌즈로 구성된다. 아몬드와 카카오파우더 코코넛 워터, 당근 자몽 오렌지가 들어간 시트러스 사워 등 독특한 구성이 많아 재미있다.

머시주스

[머시 주스 토털 클렌즈 230ml x 12병 + 550ml x 3병, 11만 5000원]

SNS에서 한 번쯤은 이 주스를 봤을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핫한 거리인 가로수길에 위치한 주스 전문점이니까. 머시주스는 영세 농가에서 직접 구한 채소를 착즙하고 판매 수익금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착한 주스다. 이곳에서 추천하는 3일 단기 디톡스는 몸을 정화하고 독소를 배출하는 ‘그린’, 수박을 베이스로 낮은 칼로리의 ‘스키니’, 그리고 마지막 날은 풍부한 영양을 공급하고 몸의 밸런스를 회복하는 데 도움을 주는 ‘레인보우’ 이렇게 3단계를 차례로 마시는 프로그램이다. 

명륜 건강원

[명륜 건강원 3일 클렌즈 500ml x 18병, 20만원]

명륜 건강원이라니 꼭 흑염소 즙이나 붕어즙을 팔 것 같은 이름이지만 주스 전문점이다. ‘지친 내 몸에 마음의 위로가 담긴 건강한 주스를 선물합니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이름에 걸맞은 건강한 주스를 판매한다. ‘맑게 자신 있게’ ‘젊음의 아우라’ ‘백설공주의 아침’ ‘에너지 왕왕’ 등 주스의 이름이 재미있다. 대학로에 있는 매장에서는 주스뿐만 아니라 수프, 샐러드, 파스타까지 팔고 있는 ‘수상한 건강원’이지만 높은 가격만큼 정말 좋은 재료로 정직하게 만든다고.

블루 프린트

[블루 프린트 비기너 3데이(350ml x 6병) + 보식 1데이(500ml x 4병), 16만 2000원]

블루 프린트는 ‘현대인을 위한 건강청사진’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홍대의 주스 전문점이다. 클렌즈를 처음 시작하는 초보자를 위해 마련된 ‘비기너 3데이 코스’는 클렌즈 주스 외에도 보식을 위한 스무디도 함께 구성되어 있어 누구나 쉽게 클렌즈에 도전할 수 있도록 했다. 3일 동안 두 시간마다 착즙한 주스를 마신 후, 보식 기간에는 재료 전체를 갈아내서 섬유질이 듬뿍 들어있는 걸쭉한 제형의 스무디를 마시면 된다. 특히 이곳의 영문 레터링이 새겨진 시그니처 보틀은 이것만 따로 사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을 정도로 인기가 좋다.

올가니카

[올가니카 클렌즈수프 420ml x 18개, 12만 45000원]

마지막으로 소개할 제품은 주스가 아니다. 날이 추워지니 차가운 주스보다는 따듯한 수프로 디톡스를 하는 것이 좋을지 몰라 소개한다. 올가니카는 우리나라 클렌즈 주스의 1세대다. 2013년 무첨가 비가열 친환경 주스 ‘저스트 주스’를 시작으로 지금은 다양한 수퍼푸드를 소개하고 있다. 이런 올가니카가 이번에는 6가지 정통채식 수프를 선보였다. 육류와 유제품 없이 다양한 채소만 끓여 하루 1055kcal의 낮은 열량으로 클렌즈를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식물성 섬유질과 따듯한 온기 덕에 속이 찬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클렌즈 프로그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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