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고 위력을 지닌 허리케인 ‘퍼트리샤(Patricia)’가 23일(현지시간) 멕시코 서남부 태평양 연안 지역에 상륙하며 폭폭우와 강풍 피해가 잇따랐다. 보고된 사상자는 아직 없다.
앞서 멕시코 정부는 할리스코ㆍ두랑고ㆍ코아일라ㆍ타마울리파스 등 4개주 중심으로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수만 명을 대피시켰다.
멕시코 기상청은 이날 오후 6시15분경 최고 시속 305km의 강풍을 동반하고 서남부 할리스코 주 일대에 상륙했다고 밝혔다.
태풍이 관통한 지역에서는 강풍과 폭우로 나무와 전신주, 차량 등이 넘어지고 도로가 침수되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할리스코 주에서는 갑자기 불어난 물에 차량이 떠내려갔고 산사태도 발생했다.
퍼트리샤의 이동 경로에 있는 태평양 연안의 푸에르토 바야르타와 만사니요 등에서는 공항이 폐쇄됐고 관광객 등 수만 명이 긴급 대피했다.
할리스코 주 당국은 휴양지 푸에르토 바야르타에서 관광객 1만 5000여 명을 피신시켰다. 인접 지역이 나야리트 주 당국도 허리케인 직접 영향권에 있는 반데라스 만 일대 주민 400여 명을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켰다.
멕시코 당국은 “강풍과 폭우에 인한 재산 피해는 있었으나 사망자, 부상자 등 인명피해는 없었다”고 전했다. 당국은 퍼트리샤의 세력이 상륙 직후 급격히 약해져 앞선 우려보다 피해는 적을 것으로 전망했다.
멕시코 당국은 ‘역대 최강급’으로 알려진 퍼트리샤의 상륙 예고로 대형 재난 발생을 우려한 바 있다.
최고등급인 ‘카테고리 5(5등급)’에 해당하는 퍼트리샤는 상륙 전 한때 최대 풍속이 시속 325km에 달해 동태평양과 대서양에서 발생한 폭풍우 중 가장 강력한 규모로 관측됐다. 그러나 상륙 직후 시속 210km의 4등급으로 약해졌다.
미국 국립허리케인센터(NHC)는 “퍼트리샤가 멕시코 서부 산간지역을 지나면서 위력이 급격히 떨어졌다”며 “24일 새벽으로 접어들면서 풍속이 2등급 수준인 시속 155km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퍼트리샤는 아직 위험한 허리케인이다. 하지만 24일 오전에 열대성 폭풍으로, 오후에는 저기압으로 점차 약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퍼트리샤가 지난 2013년 필리핀에서 7300여 명의 사상자를 낸 태풍 ‘하이옌’과 비슷한 규모라고 전한 바 있다.
21일 밤 풍속이 시속 100km를 소폭 웃돈 열대성 폭풍으로 관측됐던 퍼트리샤는 23일 새벽 역대 최강 규모의 초강력 허리케인으로 발달했다. 기상전문가들은 “올해의 강력한 엘니뇨의 영향으로 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이례적인 수준까지 높아지면서 퍼트리샤가 급격히 발달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23일 밤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은 “허리케인의 위력에 비해 피해 규모는 예상보다 작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된다”며 주민들에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