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정교과서 편찬 비용으로 편성한 예비비 44억원 가운데 절반 이상인 25억원을 국정교과서를 알리기 위한 홍보 비용 등으로 책정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정교과서 제작에 필요한 비용을 국회 승인을 통한 예산이 아니라 ‘사후 보고’ 형식의 예비비로 충당하고, 교육부가 그마저도 국정화의 정당성을 알리는 데 사용하려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민여론이 분열된 상황에서 정부 일방의 주장을 홍보하려고 세금을 쓰는 게 온당하냐는 지적이 정치권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새정치민주연합 간사인 안민석 의원은 21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정책발표회에서 “국정교과서와 관련해 현재 예비비로 의결된 44억원 가운데 25억원이 홍보비로 책정됐다는 것이 비공식적으로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9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어 내년도 정부 예산을 논의했으나, 중ㆍ고교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를 둘러싼 갈등으로 예산안은 상정되지 못하고 파행된 바 있다.
그런데 정부가 그보다 일주일쯤 전인 지난 13일 국무회의에서 예비비 편성을 통해 국정교과서 편찬 비용을 충당하기로 결정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예비비는 예측할 수 없는 긴급한 사유가 있을 때 정부가 예산을 사용한 뒤 나중에 국회에 보고할 수 있는 예산이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17억원은 국사편찬위원회에 내려갔고 25억원은 홍보비라고 기획재정부 쪽에서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 주요 일간지에 국정교과서를 홍보하는 광고를 교육부가 게재했는데, 그 비용 4억~5억원 역시 이 25억원에서 충당된다고 교육부가 밝혔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물론 예산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 등 정부 부처들은 이번 예비비 사용처의 세부안을 제출하라는 야당 쪽 의원들의 요구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