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경의 스크램블 톡] ‘안호이저부시 인베브 사브밀러’, 이름이 너무 길도다

입력 2015-10-16 15:58 수정 2015-11-13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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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방삭 치치카포사리사리센타 워리워리 세브리캉 무두셀라구름이 허리케인에담벼락 서생원에고양이 고양이는바둑이 바둑이는돌돌이…’

가끔 실소를 자아내는 세상에서 가장 긴 이름입니다. 어떤 아버지가 자신의 자식이 오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지어준 이름이라지요.

이름이 길면 진짜 무탈하게 장수하게 되는 걸까요?

아, 맥주업계에 이름이 점점 길어지는 업체가 있네요. 물론 장수도 하고 있습니다. 벨기에 맥주회사 안호이저부시(AB)인베브 이야기입니다.

최근 세계 맥주업계에서는 1위 AB인베브가 2위인 영국 사브밀러를 인수하기로 한 게 뜨거운 감자입니다. 1위가 꼴찌를 인수한 것도 아니고, 2위를 인수했으니 자금력으로 보나 그 배포로 보나 놀랄 노자지요.

▲AB인베브의 '버드와이저' 블룸버그
▲AB인베브의 '버드와이저' 블룸버그

이번을 포함해, AB인베브의 역사는 거침없는 인수·합병(M&A)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M&A의 반복과 함께 이름도, 몸집도 엄청나게 불어났지요.

오랜 옛날인 1366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봅니다. 1366년 벨기에에서 양조장 ‘아르투아(Artois)’가 문을 엽니다. 그 494년 후인 1860년엔 미국에서 ‘안호이저 부시(Anheuser-Busch)’라는 양조장이 탄생하고요.

1987년까지 몇 대를 이어온 아르투아는 벨기에의 ‘피드뵈프(Piedboeuf)’와 합병해 ‘인터브류(Interbrew)’가 됩니다.

1999년, 멀리 브라질에서는 ‘브라마(Brahma)’와 ‘안타르크티카(Antarctica)’가 합병해 ‘암베브(AmBev)’가 탄생합니다.

인터브류와 암베브는 2004년 합병해 ‘인베브’라는 이름을 갖게 되고요. 인베브는 2008년에 미국 안호이저 부시를 인수해 ‘안호이저 부시 인베브’라는 비로소 현재의 긴 이름을 갖게 됐지요.

결국 AB인베브(2008)는 아르투아와 피드뵈프(인터브류, 1987), 브라마와 안타르크티카(암베브, 1999), 하빈 브류웨리와 안호이저 부시(안호이저부시, 1852), 그루포 모델로(2012) 등 총 7개 기업이 합쳐져 탄생한 기업입니다.

이처럼 AB인베브는 M&A를 반복하면서 몸집을 불려왔고, 그때마다 수익성도 탄탄해졌는데요. 그게 가능했던 이유는 담배와 마찬가지로 브랜드 인지도로 먹고 사는 맥주업계의 특징때문입니다. 신제품을 개발할 때마다 새 제조공정을 만들려면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죠. 차라리 그 돈을 들이기보다는 유명 브랜드 제품을 갖고 있는 업체를 매입하면 그 팬들까지 더불어 따라오니 일석이조인 셈이지요.

덕분에 AB인베브는 몇 차례의 M&A를 통해 150여년 전통의 버드와이저와 코로나, 스텔라 아르투아, 벡스, 호가든, 레프 등 세계적인 브랜드 외에 수십개의 로컬 브랜드까지 거느리게 됐습니다. 팬들도 수 세기에 걸쳐 대를 이어오고 있고요.

▲사브밀러의 '필스너 우르켈' 블룸버그
▲사브밀러의 '필스너 우르켈' 블룸버그

이처럼 공격적인 경영의 배후에는 카를로스 브리토 최고경영자(CEO)가 있습니다. 브리토 CEO는 업계에선 냉혈한으로 정평이 나 있다고 합니다. 인베브의 CEO였던 그는 2008년 안호이저 부시가 자신의 인수 제안을 거절하자 적대적 M&A를 통해 안호이저 부시를 삼켰고, 이후 구조조정을 통해 수익성을 크게 높였습니다.

리먼 사태로 자금난에 처했을 때는 보유하고 있던 중국 청도맥주의 주식 19.9%를 일본 아사히맥주에 냉큼 팔아넘겨 자금을 확보했고요. 과거 그와 함께 일했던 관계자들은 그가 맥주회사 CEO라기보다는 투자회사 CEO에 가깝다고 평가합니다. 그만큼 자사 제품에 대한 애착보단 수익성에 더 관심이 많다는 것이지요.

이번 사브밀러와의 합병에서도 우려되는 것이 바로 그 점입니다. 철저하게 수익성 위주인 브리토 CEO가 앨런 클라크 CEO 휘하에서 낙천적으로 길들여진 사브밀러 출신들을 무리없이 포용할 수 있느냐하는 것이지요.

AB인베브와 사브밀러의 사내 문화는 전혀 다르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AB인베브는 고위 임원에게도 독방을 내주지 않고 호화 파티도 없다고. 또한 출장 시에도 5성급 호텔은 엄두도 못낸다고 하네요.

반면 사브밀러는 출장 시엔 무조건 포시즌 같은 5성급 호텔을 이용하며, 점심 식대도 본사가 있는 런던의 고급 식당가 수준으로 지급된답니다. 또한 사내에선 페로니나 그롤쉬, 필스너 우르켈 같은 자사제 맥주를 무제한으로 제공하고 있고요. AB도 인베브에 인수되기 전까지는 무료로 맥주를 마실 수 있었지만 브리토 CEO가 금지령을 내리면서 폐지됐다지요.

업계에서는 이번 AB인베브와 사브밀러의 합병이 마무리되면 일종의 ‘문명의 충돌’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단 양사의 M&A가 미국 반독점 규제기관으로부터 승인을 받아야겠지요. 이들의 합병이 성사되면 세계 맥주시장 점유율이 30%를 단숨에 뛰어넘고 양사가 취급하는 브랜드는 400개에 달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과유불급이라고 했던가요. 길어진 이름 만큼이나 커진 몸집이 AB인베브의초대형 M&A에 걸림돌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안호이저부시 인베브 사브밀러'의 탄생을 달가워하지 않는 기업들이 숨죽이고 당국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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