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생각] 10월 15일 無用俗儒(무용속유) 전혀 쓸모가 없는 속된 선비

입력 2015-10-15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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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겸 미래설계연구원장

역사교과서 문제로 연일 시끄럽다. 세종의 한글 창제 때도 그만큼은 시끄러웠던 것 같다. 집현전 부제학 최만리(崔萬理·?~1445)는 한글이 완성된 이듬해인 1444년 상소를 올려 ‘야비하고 상스럽고 무익한 글자’[鄙諺無益之字]의 사용을 반대했다. 한자가 있는데 따로 언문을 만든 것은 신비한 영약 소합향(蘇合香)을 버리고 말똥구리가 쇠똥으로 만든 당랑환(螳螂丸)을 취함이니 큰 흠절(欠節)이라는 것이다.

세종은 이렇게 응대했다. “너희가 (이두를 만든) 설총은 옳다고 하면서 임금이 하는 일은 그르다는 것은 어째서인가? 너희가 운서(韻書)를 아는가? 사성칠음(四聲七音)에 자모가 몇 개나 있는가? 내가 그 운서를 바로잡지 않으면 누가 하겠는가? (중략) 너희의 말은 너무 지나침이 있다.”[汝等以薛聰爲是 而非其君上之事 何哉 且汝知韻書乎 四聲七音 字母有幾乎 若非予正其韻書 則伊誰正之乎 (중략) 汝等之言 頗有過越]

그런데 응교(應敎) 정창손(鄭昌孫)은 ‘삼강행실(三綱行實)’을 언문으로 번역해 배포토록 한 데 대해 “행하고 행하지 않는 것은 자질 여하에 달린 것이지 어찌 꼭 언문으로 번역한 후에야 본받겠습니까?”라고 치받기까지 했다. 그 책을 널리 읽게 하면 충신 효자 열녀가 많이 나올 것이라고 한 세종의 말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세종은 “이따위 말이 어찌 선비의 이치를 아는 말이겠느냐? 아무짝에도 쓸데없는 용속한 선비이다”[此等之言 豈儒者識理之言乎 甚無用之俗儒也]라는 말로 내쳤다. 그리고 최만리 등 7명을 의금부에 가두게 했다가 다음 날 석방했다. 정창손만은 파직조치했다. 몹시 화가 났던 것 같다.

하루 만에 풀려난 최만리는 다시 관직에 나가지 않았고, 이듬해 세상을 떠났다. 역사의 악평을 받고 있는 그의 반대는 성리학과 사대(事大)에 충실했던 선비의 한계였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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