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중도에 길을 묻다] 갈등 불씨 남긴 대타협… ‘노동 유연-고용 안정’ 균형점 찾아야

입력 2015-10-06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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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정이 진통 끝에 지난달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대타협 합의를 결국 이뤄지만 갈등의 불씨는 아직 남아있다. 그 갈등의 근간에는 노동개혁을 바라보는 좌우 대립이 자리하고 있다. 노동 개혁 문제도 진영 논리에 휘말려 갈 길을 잃고 있는 셈이다.

우선 노동계는 취업규칙 변경, 일반해고 기준 도입 등 정부가 추진 중인 노동시장 유연성 강화 조치가 해고를 쉽게 하는 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비정규직 기간연장과 파견업종 확대 등도 비정규직만 양산해 되레 고용 불안감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반면 정부·여당과 경영계는 저성과자, 업무 부적응자를 해고할 수 있게 되면 고용 유연성 강화로 이어져 청년 고용절벽 해소의 숨통을 틔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파견 업종 확대 역시 일자리 증대 효과 측면에서 반드시 입법화해야 하는 과제라고 주장한다.

지난달 15일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에서 ‘노동시장 개혁을 위한 노사정 대타협’이 최종 의결되면서 한국형 노동개혁은 첫 발을 뗐다. 정부가 구상 중인 노동시장 구조개선의 핵심은 고용 안정성과 노동 유연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다.

일반해고 지침을 도입하고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관련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고 노동자에겐 실업급여와 직업훈련 등 사회안전망을 제공해 근로시간 안정성을 확보하자는 게 취지다.

하지만 이 두 가지 목표를 바라보는 보수와 진보 간 시각은 엇갈린다. 보수 진영에서는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이는 노동개혁을 강조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고용률 70% 이상의 네덜란드, 영국, 독일 등 선진국들과 같이 △비정규직 규제 완화 △해고 규제 완화 △실업급여제도 개혁 등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만드는 노동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새누리당은 이를 위해 기간제근로자법·파견근로자법 등 노동개혁 5대 법안에 대해 노사정 논의를 반영해 연내 입법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반면 한국노총과 새정치민주연합은 정부가 노동권 침해적이고 반인권적 초법적인 가이드라인을 통해 노동시장을 일방적으로 개악하려 한다며 ‘일반해고 도입 및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지침 마련 방침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당정이 추진 중인 5개 법안도 “노동권 보호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수용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용접·주조 등 뿌리산업과 55세 이상 고령자 등의 파견도 가능하도록 하는 파견근로자법 개정안을 놓고 경영계는 지나치게 엄격하게 제한된 파견근로를 확대해 기업의 생산 유연성과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하는 반면, 노동계는 파견에 대한 더욱 엄격한 규제가 필요하다며 맞서고 있다.

지난 8월 말 국가미래연구원·경제개혁연구소·경제개혁연대 등 진보·보수단체가 공동으로 개최한 특별토론회에서도 이 같은 좌우 간의 입장차는 여실히 드러났다.

보수 진영의 이원덕 이수노동포럼 회장은 “우리나라는 노동조합이 노동시장 양극화를 개선하지 못하고 오히려 심화시키고 있으며 연공급적 성격이 강한 임금체계가 근로자의 단기 근속으로 귀결되고 있다”며 “청년 신규채용을 위한 임금피크제 전향적 검토, 비정규직을 줄일 수 있도록 역(逆)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것이 근본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진보 측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경우 지나친 유연화와 불안정성을 해소하는 것이 당면 과제로 유연성이 아닌 안정성이 강조돼야 한다”면서 “상시·지속적 일자리의 정규직 전환 확대, 최저임금 수준 현실화, 실노동 시간 단축, 고소득자 한계소득세율 인상 등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금피크제를 놓고 청년단체들도 성향에 따라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진보 성향인 21세기한국대학생연합 등 12개 청년단체는 “부모님 월급을 깎아 청년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임금피크제는 취업 안 되는 책임까지 엄마, 아빠가 지게 하는 반인륜적인 정책”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반해 보수성향의 청년단체 청년이 여는 미래는 “청년고용을 확대하는 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임금피크제를 통해 절감된 재원은 청년고용에 활용하면 기업들의 청년채용 확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보수-진보 간 공방에서 벗어나 노동개혁의 해법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유연성’과 ‘안정성’ 간의 균형을 찾기 위한 사회적 합의가 요구된다고 입을 모은다.

금재호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노동시장 유연성 확보와 이로 인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공정성과 안정성이 전제돼야 한다”면서 “사회적 부작용을 불러오는 양적 유연화가 아닌 기능적 유연화가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노동계 전문가는 “공공부문과 대기업 생산직 등 일부는 고용이 안정적이나 상당수 중소기업 근로자들은 일자리가 불안정하다”면서 “고용이 안정되지 않은 근로자들은 안정성을 높이고 안정적인 직종이나 직군은 내부 유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절충점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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