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프로야구 화제의 중심은 한화 이글스였다. 특히 이번 시즌부터 지휘봉을 잡은 김성근 감독에게 관심이 쏠렸다. 시즌이 시작하기 전부터 김성근 감독의 일거수 일투족은 야구팬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개막 전 스프링캠프에서 혹독한 훈련을 마친 선수들은 지난해와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김성근 감독은 3월 29일 넥센 히어로즈와의 원정경기에서 1323일 만에 승리를 거두며 한화팬의 마음을 들뜨게 했다. 개막전에서 보여준 4개의 도루와 에러 없는 수비가 인상적이었다. 시즌 초반 3위까지 올랐던 한화는 ‘마리한화’라고 불리는 돌풍과 함께 6월 이후 5위를 유지했다. 권혁(32)·송창식(30)의 활약과 김성근 감독의 리더십이 주목받았다.
그러나 최근 김성근 감독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한화가 치른 140경기 중 76경기에 등판해 109.2이닝을 소화한 권혁을 비롯한 송창식, 박정진(39)에 대한 혹사가 문제로 제기됐다. 하반기 들어 선수들의 힘이 빠지기 시작해 승률이 하락하자, 여론은 더 악화됐다. 시즌 중반 합류해 데뷔전 완봉승을 거둔 에스밀 로저스(30)의 2군행도 쉽게 넘어가지 않았다. 심판에게 거칠게 항의한 로저스에게 김성근 감독이 벌칙을 줬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러나 계약서상 로저스의 2군행이 벌칙이 될 수 없다는 분석에 해프닝으로 끝났다. 그런데도 김성근 감독의 행보는 끊임없이 논란을 만든다.
9월 29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김성근 감독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그는 군전역 선수인 투수 김용주와 내야수 하주석을 1군에 합류시켰다. 이에 65인 등록 명단이 가득차 두 선수 대신 조정원과 채기영이 임의탈퇴 처리됐다. 조정원과 채기영은 현역 입대할 예정이다. 김 감독의 이 같은 결정에는 선수 본인의 동의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지만, 편법 운영 논란이 일었다. 임의 탈퇴자인 조정원과 채기영은 1200만원의 수당을 받지 못하고, 1년 동안 경기와 훈련에도 참가할 수 없다.
다행히 한화는 이날 삼성을 7-6으로 제압하고 승리를 따냈다. 2010년 9월 18일 이후 1837일 만에 선발로 마운드에 오른 김용주는 데뷔 첫 승리의 기쁨을 맛봤다. 5이닝 3피안타 3볼넷 2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를 펼쳤다. 한화는 이번 승리로 ‘가을야구’에 대한 희망을 지켜냈다. 67승 74패로 6위인 한화는 5위인 SK와이번스에 2게임 뒤져 있다. 앞으로 남은 3경기에서 모두 승리하면 SK, KIA 타이거스,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 결과에 따라 5위를 노릴 수 있는 상황이다.
지난 시즌 9위였던 한화는 시즌 막판까지 ‘가을야구’를 꿈꿔 볼 수 있게 됐지만, 시즌 초반 김성근 감독에게 보냈던 무한한 신뢰는 잃어버렸다. 김성근 감독이 거둔 성적에 한화팬은 불만을 표시하지 않았다. 그러나 미래에 대한 확신을 보여주지 못한 마운드 운영을 비롯한 김성근 감독의 리더십은 여전히 야구팬의 마음을 둘로 갈라놓았다. 이 상황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과 김성근 감독의 적극적인 소통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시리즈 진출에 대한 희망을 넘어 다음 시즌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김성근 감독이 직접 나서 한화를 하나로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