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운영사가 평일회원 자격기간을 축소하고, 기존에 없던 연회비를 부과했더라도 공정거래법상 처벌대상인 '불공정거래행위'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공정거래법은 사업자가 거래상 유리한 지위를 이용해 거래 내용을 일방적으로 변경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처벌 규정을 두고 있다. 이른 바 '갑질' 금지 규정이다. 대법원은 골프장 회원은 공정거래법상 보호 대상인 사업자가 아니라 일반 소비자이므로, 불공정거래행위 보호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경기도 용인 남부컨트리클럽(남부CC)을 운영하는 ㈜금보개발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등 취소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0일 밝혔다.
재판부는 "사업자가 거래상 지위를 남용해 상대방에게 불이익을 줬다고 보려면 거래의 내용이 상대방에게 다소 불이익하다는 점만으로는 부족하고, 구입 강제나 이익제공 강요, 판매목표 강제 등과 동일시할 수 있을 정도로 거래조건을 변경하거나 이행과정에서 불이익을 준 것으로 인정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거래상 상대방이 경쟁자나 사업자가 아니라 일반 소비자인 경우에는 단순히 거래관계에서 문제되는 행위 자체가 아니라, 거래질서에 널리 미칠 수 있는 파급효과를 고려해 그러한 행위가 계속적·반복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경우에 한해 불공정거래 행위를 인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비록 남부CC가 거래조건을 바꾼 것이 골프장 평일 회원들에게 다소 불이익하다고 볼 수는 있지만, 회원들은 일반 소비자에 불과하다"며 "회원들은 자유롭게 탈퇴하고 입회금을 반환받을 수 있는데다 다른 골프장 경영 회사가 유사한 형태의 행위를 계속적·반복적으로 발생시킬 것이라고 볼 만한 뚜렷한 근거가 없다"고 덧붙였다.
남부CC는 2008년 3월 회칙을 개정해 기존 5년이었던 평일회원 자격기간을 1년으로 축소하고, 회원이 탈퇴 의사를 밝히지 않는 한 자동으로 계약을 연장해오던 것을 기간 만료 한달 전까지 연장의사를 밝히면 심사를 거쳐 연장하도록 바꿨다. 또 매년 300만원씩 소멸성 연회비를 새로 부과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이를 거래상 지위남용으로 보고 2011년 일방적으로 평일회원에게 불이익을 주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억원을 부과했다.
남부CC 운영사인 금보개발은 이에 반발해 소송을 냈고, 1심을 맡은 서울고법은 원고 패소 판결했다. 골프장이 회칙상 보장됐던 평일회원 자격을 일방적으로 제한하고 연회비를 신설하는 등 불이익을 줬다는 판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