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과 함께라면 추석 명절이 한층 풍요롭다. 추석 연휴 하루쯤은 뮤지컬과 연극, 콘서트 등이 열리는 공연장을 찾아보자. 생생한 무대에 몰입하고 나면 번잡한 생각을 말끔히 떨쳐버릴 수 있다. 이보다 알찬 한가위가 있으랴.
세대를 불문하고 공감할 수 있는 뮤지컬 세 작품이 눈길 끈다. 반가운 얼굴 정준하와 김동욱은 물론, 실력파 배우 윤희석, 최재웅 등이 ‘형제는 용감했다’(11월 8일까지, 서울 홍익대 아트센터)에 포진했다. 연을 끊은 지 3년 만에 아버지의 부고를 접한 안동 이씨 두 아들의 좌충우돌기가 웃음을 자극한다.
창작뮤지컬의 흥행을 달성 중인 ‘여신님이 보고계셔’(10월 11일까지, 서울 유니플렉스 1관)는 한국 전쟁 당시 난파된 인민군과 국군의 무인도 생존기를 그린다. 저마다의 상상으로 펼쳐내는 ‘여신님’의 존재가 유쾌함과 따스함을 선사한다.
동명의 영화로 친숙한 ‘공동경비구역 JSA’(12월 6일까지, 서울 DCF대명문화공장)도 높은 완성도를 갖췄다. 분단 상황에 비극적인 정서를 밑바탕으로 공연 특유의 긴장감을 놓치지 않는다. 극과 맞물리는 클래식한 음악도 웅장함을 더한다.
또, 밀도 있는 대사와 연기만으로 공연장 공기를 촘촘히 채우는 연극 한편은 어떨까. 장진의 대표작 ‘택시 드리벌’(11월 22일까지, 서울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이 김수로의 손에서 11년 만에 돌아왔다. 김민교, 박건형, 남보라, 강성진 등이 출연해 중극장 부활에 힘을 보탰다.
연극 ‘올드위키드송’(11월 22일까지, 서울 DCF대명문화공장) 또한 김수로가 예술감독으로 나섰다. 괴짜 교수 마슈칸과 자기 세계에 갇혀있는 피아니스트 스티븐 호프만. 두 사람의 서로를 향한 거리 좁히기를 따라가다 보면 관객 역시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슈만의 연가곡 ‘시인의 사랑’을 비롯해 피아노 연주곡이 낭랑하게 감싸거나 혹은 박진감 있게 휘몰아친다.
아울러, 관록의 가수들이 펼쳐내는 콘서트도 빼놓을 수 없다. 조영남, 김세환, 윤형주 등 은 추석 연휴인 26일과 27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쎄시봉 콘서트를 연다. 40여년의 세월이 무색한 감동의 목소리가 관객을 흡입할 전망이다. 애절한 음색과 빼어난 가창력으로 변함없는 자리를 지켜온 심수봉 역시 29일 같은 장소에서 한가위 연휴의 대미를 장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