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26위(공기업 및 민영화된 공기업 제외) 효성그룹은 섬유로 출발, 산업자재, 화학, 중공업, 건설, 무역 , 정보통신(IT) 등으로 사업영역을 넓혀온 효성은 올해를 기점으로 공격적인 사업 회장에 나서고 있는 그룹이다.
효성그룹은 지난해 3월 변압기를 생산하는 중국 남통우방, 4월에는 독일 아그파의 포토부문 자산, 9월에는 세계적 타이어 회사인 미국 굿이어사의 북미, 남미, 유럽 등 4곳의 타이어코드 공장을 인수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중국 주하이의 스판텍스 공장 인수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새 성장동력 찾기 위한 효성그룹의 행보가 점차 빨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글로벌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한 경영 일선에 '자식 농사 잘 지었다'고 소문난 조석래 효성 회장(71)의 세 아들, 장남 조현준 사장(39), 차남 조현문 부사장(38), 3남 조현상 전무(36)가 핵심 사업분야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1957년 설립 효성물산서 태동
효성그룹은 고(故) 조홍제 창업주가 지난 1957년 설립한 효성물산에서 태동했다. 지난 1906년 경남 함안에서 출생한 조 전 회장은 1945년 해방 이후 늦은 나이에 사업에 입문, 고 이병철 회장과 삼성물산을 공동경영하고 제일모직·제일제당을 설립해 삼성그룹 발전의 초석을 다졌다.
56세의 나이에 효성물산으로 독자사업을 시작해 1966년에는 동양나이론(현 효성)을 설립해 화학섬유사업에 진출했다.
이어 당시 부실기업이었던 한국타이어를 인수해 세계적 타이어메이커로 육성시켰다. 전력송배전장 선진화를 위해 한영공업을 인수해 효성중공업으로 개편, 중공업에 진출하면서 효성그룹의 토대를 닦았다.
이후 효성가(家)의 2대째에 이르러 장남 조석래 회장-효성물산ㆍ동양나이론ㆍ동양폴리에스터ㆍ효성중공업(4개사 모두 효성으로 통합), 차남 조양래 회장-한국타이어, 막내 조욱래 회장-대전피혁 등으로 분가 과정을 거쳤다.
◆22개 계열사 재계 26위
섬유ㆍ중공업 전문그룹인 효성그룹은 지난해 4월 공정거래위원회가 자산 규모로 발표(2006년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한 재계 순위(공기업 및 민영화된 공기업 제외) 26위(4조5000억원)에 올라있다.
이달 1일 공정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계열사 기준으로 계열사만 22개사, 지난해 매출 규모는 5조7180억원(2006년 4월 공정위 2006년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발표 기준)에 이른다.
주력사인 효성을 비롯해 효성에바라, 노틸러스효성, 효성트랜스월드,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 효성투자개발, 효성이노테크, 효성건설, 효성에바라환경, 효성캐피탈, 두미종합개발, 홍진데이타서비스, 이지스효성, 텔레서비스, 엔에치테크, 더클래스효성, 거목농산, 효성윈드파워홀딩스, 인포바다, 에피플러스, 효성씨티엑스 등이 계열사들의 면면이다.
계열사가 22개사에 이르고 있지만 주력은 효성이다. 효성은 무역(이하 2006년 1~3분기 매출 비중 29.2%)을 비롯해 섬유(나이론원사ㆍ스판덱스 등, 16.4%), 산업자재(타이어코드ㆍ카페트, 14.4%), 화학(펫트병, 17.0%), 중공업(변압기ㆍ차단기ㆍ전동기, 16.1%), 건설(아파트ㆍ상가, 6.2%) 등을 사업영역으로 한다.
지난해 말 현재 자산 규모는 3조7862억원에 이른다. 효성은 지난 2005년 매출 4조8588억원, 영업이익 84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4조7842억원, 1162억원을 나타냈다. 그룹 매출액의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효성의 그룹내 비중이 막중하다.
◆핵심 계열사 효성 16개 계열사의 최대주주
효성은 그룹 지배구조 측면에서도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다. 효성에바라(펌프생산) 67.00%를 비롯, 노틸러스효성(금융자동화기기제조) 43.50%, 효성트랜스월드(운송) 100.00%,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재해복구서비스) 50.00%, 효성투자개발(부동산개발임대) 58.75%, 효성이노테크(건축자재 제조) 77.78%, 효성건설 50.59%, 효성에바라환경엔지니어링(환경오염방지시설) 81.33% 등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이어 효성그룹내 유일한 금융 계열사인 효성캐피탈 지분을 100.00% 갖고 있다. 또 홍진데이타서비스(아파트 관리비 전산관리) 62.52%, 이지스효성(전자결제) 90.00%, 더클래스효성(벤츠 수입판매) 84.75%, 거목농산 75.00%, 효성윈드파워홀딩스(풍력발전) 100.00%, 인포바다(인터넷 접속통신 네트워크) 53.4%, 에피플러스(웨이퍼 및 발광다이오드 생산) 33.6% 등 16개 계열사들의 최대주주에 올라있다.
◆조석래 회장 이어 3세 경영전면 등장
효성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는 오너인 조석래 회장이 자리잡고 있다. 조석래 회장은 선대 회장인 고 조홍제 회장 때부터 그룹경영을 맡아 일찍부터 경영수업을 받았다.
경기고를 나와 일본 와세다대 응용화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일리노이공대 대학원에서 화공학을 전공하며 박사학위를 준비하던 그는 1966년 2월 부친인 조홍제 회장으로부터 귀국하라는 부름을 받고 그룹 경영에 참여했다. 나이 31살 때다.
이후 나일론 원사사업을 세계 4위까지 육성시켰으며, 1975년엔 폴리에스터 공장을 준공해 효성을 명실상부한 화섬업계의 리더로 이끌었다.
한·미재계회의 한국위원장, 한·일경제협회 회장, 한·중경제협회 부회장,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 이사장, 태평양경제협의회(PBEC) 국제명예회장 등 중책을 맡고 대외활동에도 정력적으로 나서고 있다.
조석래 회장은 효성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축인 효성의 최대주주로서 지분 10.29%를 보유하면서 그룹을 장악하고 있다. 특수관계인 지분까지를 포함하면 30.77%에 이른다.
조석래 회장이 칠순을 넘는 지금 효성그룹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레 후계구도에 모아지고 있다. 하지만 후계구도는 아직 안갯속이다. 장자승계의 원칙대로라면 당연히 조 회장의 장남인 효성 조현준 사장이 후계자로 가장 유력하다. 현재 맡고 있는 직책도 조현준 사장, 조현문 부사장, 조현상 전무로 이어지는 '장유유서' 체제다.
◆세 아들 잇단 경영성과…후계구도 난형난제
하지만 모두 해외 유학파인 세 아들이 모두 남다른 사업수완으로 뛰어난 경영능력을 발휘하고 있어 문제가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다.
조현준 사장은 미국 예일대를 졸업한 뒤 일본 게이오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조현문 부사장은 서울대를 나와 미 하버드대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조현상 전무는 미 브라운대를 졸업했다.
조 사장은 외환위기 당시 그룹의 주력 4사를 합병하는 혁신적인 구조조정 프로젝트로 위기를 극복하는 기틀을 마련했다. 국내 최초로 연봉제를 도입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조 부사장은 지난해 3월 중국 변압기 회사 난퉁유방변압기유한공사 인수를 진두지휘했다. 2002년 미쉐린과 7년간 3억5000만달러 규모의 장기공급 계약체결을 주도하는 등 해외사업 경험을 쌓았다.
막내 조 전무는 지난해 9월 세계적인 타이어 업체인 미국 굿이어와 32억달러 규모의 타이어코드 장기공급계약을 주도하며, 효성이 타이어코드업계 세계 1위를 고수하는 결정적인 전기를 마련했다.
지분 구조로 후계구도를 살펴봤을 때에도 누가 유리한지 판단하기 힘들다. 효성그룹 핵심 주력사에 대해 조석래 회장의 뒤를 이어 조 사장이 7.00%, 조 부사장이 6.62%, 조 전무가 6.61%를 보유하고 있다. 또 각각 노틸러스효성 14.13%, 효성건설 16.47%, 더클래스효성 5.09%씩을 똑같이 소유하고 있다.
효성을 비롯한 계열사들에 대한 3형제의 지분 규모가 엇비슷해 지분 만으로는 누가 후계자가 될지 섣불리 점치기 어렵다는 의미다.
효성그룹은 굵직한 M&A를 진행할 예정이어서 앞으로 수년내 급격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후계구도 및 분할구도의 구체적인 밑그림은 상당 기간이 흐른 뒤에야 구체화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