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저게 뭐지?” 인천행 열차에 몸을 싣고 이동 중이던 한 청년이 신기한 듯 감탄사를 연발했다. “와!” 청년은 한동안 시선을 고정한 채 무엇인가를 뚫어지게 바라봤다.
청년의 시선을 훔친 건 국내 최초 돔구장 고척스카이돔이다. 수년 전만 해도 폐기물집하장이던 이곳에 첨단과학기술이 집약된 돔구장이 들어섰으니 분명 놀랄 만한 일이다.
고척스카이돔은 서울 구로구 경인로의 동양미래대학(옛 동양공전) 건너편에 위치한다. 지하철 1호선 구일역에서 도보 10~15분 거리다. 빠른 걸음의 성인 남성이라면 10분 만에 도착할 것이고, 노약자나 걸음이 늦은 여성은 15분 이상 소요될 수 있다.
구일역에서 고척스카이돔을 가기 위해서는 고척교를 건너야 한다. 이곳은 얼마 전까지 두 사람이 동시에 지나가기도 편치 않을 만큼 좁디좁은 인도였다. 하지만 돔구장 준공에 맞춰 인도 확장공사를 진행, 지금은 아름답고 쾌적한 거리로 변신했다.
야구장 외관은 야구공의 역동성을 상징했다. 은빛 유선형 건물은 멀리서도 한눈에 들어올 만큼 강한 인상을 준다. 야구장 내부는 새집 분위기가 물씬 난다. 막 공사를 끝낸 듯 새집에서나 날 법한 냄새가 콧속 신경계를 자극했다. 주차장은 물론 야구장 좌석, 화장실까지 어디에도 사람의 흔적은 없다.
야구장 내부로 들어선 순간 한국 야구의 숙원이던 국내 첫 돔구장 그라운드가 펼쳐졌다. 첫인상은 돔구장만이 지닌 미묘한 분위기가 풍겼다. 뚜껑이 덮인 실내 야구장인 만큼 뻥 뚫린 쾌적함이나 해방감은 없다. 마치 큰 농구장이나 배구경기장에 온 느낌이다. 일본의 도쿄돔이나 야후오쿠돔도 그랬다.
하지만 미국과 일본의 대규모 돔구장과 비교하면 다소 실망스러울 수 있다. 좌석이 1만8076석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외야 좌우측엔 아예 관중석이 없다. 좁은 부지에 짜 맞추듯이 들어온 흔적이 역역하다.
그렇다고 크게 실망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아직 공식 경기를 치르기 전이지만 국내에서 가장 좋은 시설이란 건 의심의 여지가 없을 듯하다. 중앙 펜스까지 122m, 좌우측은 99m로 잠실구장(중앙 125m·좌우 100m)에 이어 국내 두 번째 규모다.
독특한 건 돔구장 지붕이다. 소음은 차단하면서 자연채광이 들어오는 투명차음막이 세계 최초로 설치됐다. 지붕이 완전히 덮인 돔이지만 낮에는 조명을 켜지 않아도 경기할 수 있을 만큼 채광효과가 뛰어나다.
경기장 관계자들이 강조하는 건 소음차단 효과다. 경기장 안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5~8분 간격으로 날아드는 비행기 소음을 차단하기 위해 천정에 3중 막(외막·투명막·내막)을 설치했고, 좌우측 창호에는 소음 차단 유리와 소음흡수 커튼을 설치, 공연 등으로 발생하는 소음을 일상소음 수준(40dB~50dB)으로 줄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 공식 경기나 대규모 공연이 열리지 않은 만큼 그 효과는 검증되지 않았다. 현재 확인할 수 있는 건 관전 환경이지만 비교적 안락했다. 포수석에서 불과 14m 떨어진 다이아몬드석(304석)은 편안한 가죽시트 의자에 앉아 생생한 경기를 즐길 수 있다. 관중석과 분리된 16개의 스카이박스(216석)은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가족 또는 연인과 오붓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야구 비즈니스’란 단어도 떠올랐다.
펜스 높이는 목동 야구장(2m)보다 두 배 높은 4m로 국내 메이저리그 구장을 연상케 했다. 펜스 두께는 메이저리그 규정(7㎝)보다 두 배 이상 두꺼운 15㎝ 보호패드를 설치, 선수들의 안전에도 심혈을 기울인 흔적이 역력했다.
경기장을 찾은 이종률 MBC 메이저리그 해설위원은 “고척스카이돔이 어떻게 만들어질까 궁금했는데 상당히 많이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며 “무엇보다 어느 좌석에서나 경기 관람이 편하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