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장 개혁의 주체인 고용노동부 산하 공공기관이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임금피크제 도입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일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지난달 31일까지 316개의 공공기관 중 96곳이 임금피크제 도입을 완료했다. 지난 7월 말까지 도입 기관은 11곳에 불과했지만 한 달여 만에 85곳이 새로 참여한 것이다.
이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의 한국전력, 한국수력원자력 등 주요 에너지 공기업과 국토교통부 산하 LH, 한국도로공사, 한국수자원공사 등 대형 공공기관들이 속속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효과가 컸다. 산업부와 국토부는 전체 공공기관 중 절반 이상인 각각 23곳, 13곳이 임금피크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농림축산식품부 역시 주요 공기업인 한국마사회, 한국농어촌공사,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등 전체 10곳 중 대부분(8곳)이 도입을 완료해 눈길을 끌었다. 해양수산부도 15개 산하 공공기관 가운데 7곳이 임금피크제 시행에 돌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작 청년 고용절벽 해소와 중장년층 고용안정을 위해 임금피크제 정책을 설계하고 실행해야 할 고용부의 산하 공공기관은 임금피크제 도입에 소극적이었다. 전체 산하기관 12곳 중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5곳만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노사합의를 이끌어냈다. 그마저도 인원이 많은 주요 공기업인 근로복지공단이나 한국산업인력공단, 장애인공단 등은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기권 고용부 장관은 지난 7월 “공공부문부터 상생고용을 위해 솔선수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근로복지공단 등 노동부 유관기관장 14명과 조찬 간담회를 열어 임금피크제 도입·확산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기도 했다. 특히 이 자리에서 이 장관은 “고용부 산하 공공기관부터 일자리와 관련된 제도 및 인식, 관행을 획기적으로 바꿔 민간부문의 변화를 선도해 나가달라”고 주문했지만 이 같은 그의 요청이 무색해진 셈이다.
이는 고용부 산하 공공기관의 경우 이미 내년 정년 60세 법제화와 정년 연장 사회적 분위기를 확산시키자는 정부 정책 기조에 맞춰 정년을 60세로 미리 연장한 경우가 많은 데 따른 결과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이미 정년이 연장된 상황에서 임금만 삭감하라는 정부의 요구에 대한 불만이 팽배한 상황이다. 특히 나머지 임금피크제 미도입 기관들의 노조는 정부의 일방적인 임금피크제 도입에 반대하고 있는 한국노총 산하의 영향권에 놓여 있어 노사간에 임금조정 폭 등을 놓고 이견조율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미 노사합의를 이뤄낸 기관도 ‘숙원사업 해결’ 등의 당근책으로 임시방편적으로 임금피크제 도입을 성사시켰다는 주장도 나온다.
노동부 유관기관 노동조합 관계자는 “정부 기준대로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려면 임금삭감률이 너무 커져 노사간 합의를 이뤄내기 어렵다”면서 “임금피크제 도입 시 총액 인건비 기준을 맞추지 못할 경우 기존 근로자의 임금까지 깎아야 해 노동자에게 불이익이 전가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우려했다.
공공기관부터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민간으로 확산시켜 나가겠다는 정부의 구상에 공감대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라도 제도 설계의 미비점을 보완하는 등 고용부 산하 공공기관의 임금피크제 도입 성과를 높일 수 있는 장기적이고 단계적 대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