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 비리와 관련해 재판에 넘겨진 강영원(64) 전 한국석유공사 사장이 "하베스트사 인수는 경영 판단에 의해 추진된 인수합병(M&A)일 뿐 배임 의사가 없었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김동아 부장판사)는 17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상 배임 혐의로 기소된 강 전 사장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검찰은 강 전 사장에 대해 "2009년 석유공사가 하베스트 정유부문 자회사 노스아틀랜틱파이닝(NARL)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상대 업체가 원하는 대로 인수해 5500억원의 국고 손실을 입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강 전 사장 측 변호인은 "석유공사가 M&A를 추진할 때 사장이 인수금액을 유동적으로 10% 증액 가능하다는 규정이 있다"고 반박했다. 변호인 측은 "M&A를 진행하다 보면 공사가 판단한 적정가치 그대로 관철되지 않으며, 강 전 사장에게 적용된 배임 액수는 이 유동범위 내에 해당해 배임으로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강 전 사장이 구속상태인 점을 감안해 넉 달 안에 심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재판부는 "증거기록을 늦게 넘겨받아 검토할 시간이 부족했다는 변호인의 의견이 있었지만, 강 전 사장이 구속상태인 점을 감안해 첫 기일을 오늘로 잡았다"며 "다음 기일에는 준비기일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준비해달라"고 당부했다.
다음 재판은 다음달 14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강 전 사장은 석유공사 사장으로 재직할 당시 NARL을 인수하면서 평가시세보다 3133억원 이상 비싼 1조 3700억원을 지급했다. 그러나 매년 적자가 계속되자 인수할 때보다 현저히 낮은 금액인 329억원에 매각해 5500억원대 국고 손실을 입힌 혐의로 지난달 17일 구속 기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