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승훈의 NOISE] 아이돌 그룹 中멤버 잇단 이탈, 왜

입력 2015-08-10 10:51 수정 2015-10-13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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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팀 차장

크리스, 루한, 타오 등의 공통점은 소속사와 계약 만료 전 회사를 떠나 중국에서 독자적으로 활동하거나 활동을 준비 중인 아이돌 그룹 멤버라는 것이다. 문제는 이들이 계약 만료 전 중국으로 건너가 독자적인 활동을 벌여도, 법적 책임을 묻는 방법 외에는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는 점이다. 민·형사상 소송 절차를 밟아도 최종 판결까지는 3~4년, 지루한 법정 공방이 이어지면 모두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한국의 연예기획사가 중국인 멤버를 영입하게 된 이유는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기 위함이다. 이미 몇몇 가수들이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 진출을 시도했지만,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달은 바 있다. 이 같은 경험은 기획사들이 문화나 인종적 환경이 유사한 중국으로 눈을 돌리는 계기가 됐다. 거대한 자본력과 15억명이라는 인구 수는 중국인 멤버 영입을 가속화시킨 원인이 됐다.

하지만 기회라고 생각했던 중국 멤버들의 팀 이탈은 멤버들의 결속력을 저해하고, 회사 이미지마저 실추시키고 있다. 한국 연예기획사가 자부하던 스타 캐스팅&트레이닝 시스템에 허점이 생긴 것이다. 특히 SM엔터테인먼트는 아이돌 그룹의 숫자와 비례해 크고 작은 분쟁을 겪어 왔다.

팀을 떠나려는 이들의 주장은 회사가 자신을 소홀하게 대했고, 계약과 달라서 차별받았다는 게 공통된 이유다. 결국 중국 멤버들은 전속계약 부존재 확인 소송을 통해 회사와 결별을 공식화하고, 중국에서 새롭게 출발하겠다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이해도 되지만, 또 다른 시각에서 본다면 순리적이지 못한 비겁한 행동으로 보여진다.

팀을 이탈한 멤버들과 회사의 계약 문제는 법적 판단에 맡긴다고 해도 결국 중국 멤버들의 이탈은 돈과 연관이 있다. 막강한 자본력을 갖추고 있는 중국 연예기획사는 스타로 자리매김한 아이돌의 재능을 사겠다는 생각이다. 신인을 발굴하기보다는 인기 있는 아이돌을 데려와 현지에서 활동시키는 것이 수익적으로 남는 장사라고 판단한 듯하다.

혹자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계약과 상관없는 이들의 영입은 어쩌면 너무나도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꼬집는다. 하지만 법적 제약을 떠나서 신의와 믿음을 바탕으로 진행된 계약을 부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연예기획사가 아무리 우월한 지위와 권력을 남용한 불합리한 계약을 맺었다고 해도, 대화와 타협 등 또 다른 방법을 통해서 해결책을 마련할 수도 있다.

연예계 관계자는 “중국어를 잘하는 한국인을 뽑아 봤고, 다른 국적의 외국인도 뽑아 봤지만 신통치 않았다. 그나마 중국인 멤버를 영입해 활동하다 보니 대륙에서 팀을 알리는 데 도움은 되지만, ‘먹튀’가 늘면서 중국 사업 자체에 회의적 시각이 생겼다”고 말했다.

돈보다 더 중요한 건 팬들의 사랑이 아닐까. 돈으로 결코 살 수 없는 것이 팬들의 마음인데, 이들은 ‘힘들다’ ‘이해해 달라’는 말로 본심을 숨기고 있다. 변명으로 일관하며, 자신을 합리화하고 있다. 그들에게 돈과 명예와 부를 안겨준 팬들을 한 번만 더 생각했더라면, 과연 이런 판단을 내릴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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