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불 나불 대는 그 입 제발 1분 만이라도 알아들어 먹었으니 여기까지 해요. 무슨 부귀 영화를 누리겠다고 뭘 그리 움켜잡고 놓지 못해 사는지. 뒤돌면 끝나 버릴 사람일랑 깨끗하게 지우고 쓸데없는 자책일랑 개나주게.” (‘닥쳐줘요’ 가사 중 일부)
B급 정서의 가사, 소위 ‘지질함’이 묻어나는 곡들을 발표해 사랑을 받았던 힙합 듀오 배치기가 ‘눈물샤워’ 이후 2년 7개월 만에 ‘갑을 향한 을의 외침’을 들고 우리 곁에 돌아왔다.
6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홍대 롤링홀에서는 배치기의 3번째 미니앨범 ‘갑중갑(甲中甲)’ 발매 기념 쇼케이스가 열렸다.
배치기가 이번에 들고 나온 ‘갑중갑’은 타이틀곡 ‘닥쳐줘요’를 비롯해 ‘선4’, ‘마파람’, ‘잔정치레’, ‘라디오’ 등 총 5곡이 수록된 미니앨범으로 이 사회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말 많고 탈 많은 인생 이야기가 담겨있다. 배치기가 전 수록곡의 작곡, 작사에 참여한 이번 앨범은 철저한 을의 입장에서 느끼는 고난, 서러움, 역경, 각오, 결심 등을 배치기만의 독특한 랩, 현실적인 가사 등으로 녹여냈다.
‘갑중갑’이라는 앨범 이름의 의미에 대해 무웅은 “갑 중에서도 갑이 되고 싶다는 의미도 있고, 세상이 그런 사람들의 위주로 돌아가는 것에 대해 ‘왜 우리는 그 사람들에게 치이고 살까’에 대한 의미도 담겨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배치기가 타이틀곡으로 내세운 ‘닥쳐줘요’는 아무리 노력해도 어쩔 수 없는 것이 인간관계고 사람이니 정리할 건 미련을 두지 말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곡으로 EXID의 솔지가 보컬 피처링에 참여했다.
탁은 ‘닥쳐줘요’가 담고 있는 의미에 대해 “저희가 을이 된 입장에서 가사를 써내려간 곡이 많은데, 이제 우리도 알만큼 알고 다양한 상황을 겪어봤으니 ‘닥쳐달라. 내 얘기좀 들어달라’는 주제로 쓴 곡”이라고 말했다.
또한 EXID 솔지의 피처링을 언급하며 “솔지가 노래를 잘한다는 것은 알았지만 실제 녹음을 해보니 흐트러짐 없이 노래를 잘 불러서 너무 놀랐다”며 “‘아이돌이니까 조금 그런 게 있겠지’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는데 웬만한 보컬리스트보다 노래를 잘하더라”고 극찬했다.
배치기가 ‘눈물샤워’로 큰 사랑을 받고 이번 앨범을 들고 돌아오기까지 2년 7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배치기의 성향과는 조금 달랐던 사랑노래 ‘눈물샤워’는 2013년 발표 당시 주요 음원차트를 올킬했다.
데뷔 10년이 넘었지만 배치기에게 ‘눈물샤워’ 만큼의 인기는 처음이었다. 인기로 인한 부담감은 고스란히 다음 앨범으로 이어졌고, 결국 2년 7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앨범에 공을 들이게 됐다.
배치기의 탁은 “‘눈물샤워’만큼의 관심은 처음이라 놓치기 싫었다. 그래서 제대로 작업하다 보니 의도치 않게 점점 시간이 흘러서 지금 나오게 됐다”고 밝혔다.
배치기가 앨범을 준비하는 동안 힙합에서는 스웨그(SWAG: ‘허세를 부리듯 자유분방한 스타일’을 뜻하는 말. 힙합 뮤지션이 잘난 척을 하거나 으스대는 기분을 표현할 때 사용)가 대세가 됐다. B급 정서의 힙합을 추구한 배치기의 색과는 달랐기에 고민도 많았다.
탁은 “스웨그가 대세가 됐는데 배치기는 그런색이 아니라서 어떤걸 해야 대중음악을 하는 사람으로서 발맞춰 갈 수 있을까 고민했지만 결국 저희의 색을 이어가는게 정답이라는 결론을 내렸다”며 “다시 한 번 B급이고 지질한 기사를 쓰게 됐다”고 밝혔다.
배치기만의 개성을 이어가기로 마음을 먹고 나니 모든 것이 편해졌다. 다시 음악을 즐기는 배치기로 돌아올 수 있었다. 무웅은 “‘눈물샤워’ 이후 2년이 지나면서 마음도 편해졌고, 옛날의 영광들도 다 잊었다”며 “예전처럼 즐겁게 음악 하면서 지내고 싶다”고 덧붙였다.
돌아온 배치기는 7일 KBS 2TV 음악프로그램 ‘뮤직뱅크’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