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 특혜 비리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박범훈(67) 전 교육문화수석이 범행 정황을 담은 이메일 증거능력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박 전 수석 측은 이메일이 남의 이야기를 전한 '전문증거(傳聞證據)'에 불과하다는 입장이지만, 검찰은 유효한 증거로 채택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장준현 부장판사)는 27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상 뇌물 등의 혐의로 기소된 박 전 수석에 대한 4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박 전 수석의 여러 혐의 중 직권남용과 권리행사 방해 혐의에 대해 먼저 심리 중인 재판부는 이날 검찰 측 증인으로 출석한 박모 중앙대 서울캠퍼스 총무차장에 대한 증인심문을 진행했다.
증인심문 과정에서는 박 차장이 2012년 7월 30일 안성캠퍼스에서 근무중이었던 김모 총무처장과 주고받은 이메일 내용이 공개됐다. 박 차장은 이메일을 통해 '박범훈 수석이 잘 처리한다고 하셨지만 상황(교지확보)이 어렵습니다'고 적었다.
박 전 수석의 변호인은 이에 대해 "박 차장이 직접 들은 게 아니라면 전문증거로 증거능력이 없다"고 강조했다. 교과부 직원이 윗선의 압력에 불만을 표시했다는 박 차장의 진술도 거듭 추궁했다.
반면 검찰은 "박 차장이 박 전 수석에게 직접 지시를 받을 지위에 있지는 않았지만 회의 전 누군가에게 들은 내용이다"라며 증거로 채택돼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검찰은 "1차 공판부터 변호인이 추측이라고 계속 주장하는데, 1991년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추측 사실 진술도 증언대상에 포함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증인의 추측이 일부 포함됐더라도 직속상관이나 실무자로부터 들은 것으로 들은 시일, 말을 한 사람 등이 불명확해 출처가 혼동되는 정도다. 이 또한 재판부의 판단대상"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변호인은 이날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와 관련해 변론요지를 말하면서 "대학자율화 정책의 가장 근 수혜자는 가천대다. 여기 계신 분들도 처음 들어봤을 이 대학은 경원대와 가천의대가 가천대로 통합되면서 수도권대학 3위에 올랐다"고 말했다. 대학자율화정책이 추진됨에 따라 중앙대 홀로 혜택을 받은 것이 아니라 1000억원을 투자해 규제철폐 해택을 본 가천대도 있다는 것이다.
변호인은 또 "걸림돌 규제의 불합리성을 느끼는 현장의 목소리를 듣지 않으면 추진 불가능했던 (대학자율화 정책) 2차 추진과제를 박 전 수석이 2008년 9월 대학총장협의회와의 소통으로 풀어나갔다"며 정부의 추진 의지에 따라 이뤄진 것일 뿐 중앙대만 특혜를 받은 것이 아니라고 거듭 강조했다.
박 전 수석은 2005년부터 2011년까지 중앙대 총장으로 재직했다. 이후 2011년∼2012년 중앙대 서울 본교와 안성캠퍼스 통합, 적십자간호대 인수 등 중앙대의 역점 사업들을 신경써달라며 교육부에 외압을 행사에 중앙대 측에 특혜를 제공한 의혹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