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의 2016 대선후보 경쟁이 막장으로 치닫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막말과 기행에 정계 안팎의 인사들이 혀를 내두르고 있다.
지난 21일(현지시간) 린지 그레이엄(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의 실제 전화번호를 공개한 트럼프는 22일에는 CNN 간판 앵커인 앤더슨 쿠퍼에 막말을 퍼붓는 등 기행을 이어갔다.
그는 CNN 뉴스쇼 ‘앤더슨 쿠퍼의 360’에 출연한 뒤 자신의 트위터에 “쿠퍼와의 인터뷰는 시간낭비였다”고 말했다. 인터뷰에서 쿠퍼가 상대적으로 선호도가 낮게 나온 지난 22일 퀴니피액대학의 여론조사(7월9∼20일) 결과를 집요하게 거론하면서 자신을 폄하했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트럼프는 인터뷰에서 “그건 여론조사라 할 수도 없는데 당신이 이 결과로 나를 공격하고 있다”며 “나는 전반적 여론조사에서 앞서 있는데 당신은 내가 본적도 없는 여론조사로 나를 공격하고 있다. 솔직히 매우 편파적인 질문”이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그는 “사람들은 당신을 믿지 않으며 CNN도 믿지 않는다. 정치 매체의 60∼70%는 정말 정말 정직하지 못하다”며 “내가 정치권에 뛰어들기 전 경제매체들이 나에 대해 매우 공정하고 정확히 보도했다”고 강조했다.
앞서 그는 경쟁 후보인 그레이엄 의원이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경선에서 빠지든 남든 상관하지 않지만 제발 ‘멍청이(jackass)’ 짓만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말하자 21일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블러프턴 타운에서 열린 캠페인에서 그레이엄 의원에 대해 “바보(idiot)”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하며 그레이엄 의원의 실제 전화번호를 공개해버렸다.
그러자 그레이엄 의원은 22일 뉴스웹사이트 IJ리뷰에 ‘린지 그레이엄과 휴대전화 부수기’라는 동영상(사진)을 띄웠다. 동영상 속 그는 흰색 와이셔츠를 입고 비장한 음악이 흐르는 속에서 휴대전화를 도마 위에 올려놓고 식칼로 절단 내거나 믹서기에 넣고 갈고 있다. 골프채로 휴대전화를 날려버리는가 하면 기름을 부어 불에 태우기도 했다. 1분 정도 동영상 끝 부분에서 그는 “이 모든 것이 다 실패하면 그냥 전화번호를 트럼프에게 주라”고 말했다.
CNN은 “트럼프가 실제 전화번호를 공개해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전화와 문자 폭탄에 시달렸다”고 전했다.
그레이엄을 자극한 트럼프의 기행은 23일에도 이어졌다. 그는 공화당이 아닌 제3당 후보 출마 가능성을 공개로 거론하며 공화당 지도부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다. 트럼프는 22일 뉴욕 맨해튼 트럼프타워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제3당 후보 출마 가능성을 묻는 말에 “만약 내가 공화당 경선에서 질 경우 그렇게 할 것을 많은 사람이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화당이 나를 어떻게 대하는지 좀 지켜봐야 한다”면서 “만약 그들이 불공정하다면 당연히 그것은 (제3당 출마의) 한 요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경선에서 지더라도 무소속이나 제3당 후보로는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기존의 입장과 확연히 다른 것이다.
또한 그는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 등과 대립각을 세우며 보수 색채를 더욱 노골화했다. 트럼프는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와 동성결혼 등 중요한 사회적 이슈에서 잇따라 진보 진영의 손을 들어준 미 연방대법원을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젭 부시는 바로 형(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을 통해서 로버츠를 대법원장으로 밀어붙인 사람”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공화당몫) 로버츠 대법원장이 우리에게 거꾸로 오바마케어를 돌려줬는데 그를 대법원장에 앉힌 것은 끔찍한 선택이었다”면서 “로버츠 대법원장이 아니었다면 우린 지금 오바마케어에 대해 얘기하지 않아도 됐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