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중국증시가 폭락하는 가운데 거래됐던 종목이 전체 상장사 2879개 가운데 3%인 93개에 불과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숫자는 중동지역 오만 증시의 상장사 수와 같은 수치다.
중국증시 상하이종합지수가 5.9% 폭락했던 바로 다음날인 지난 9일 중국증시 상장사 가운데 불과 3.2%만 정상적으로 거래됐다고 WSJ는 데이터 제공업체 팩트셋의 자료를 인용해 설명했다. 상하이증시, 선전증시에 상장된 나머지 기업들은 거래를 아예 중단했거나 등락폭이 일일 변동 제한 범위에 걸려 매매가 불가능했다. 중국증시는 일일 주가 등락폭을 ±10%로 제한하고 있다.
WSJ는 중국증시에 상장된 기업들이 너무 쉽게 거래를 중단한 것이 투자자들의 피해를 불러일으켰다고 진단했다.
뉴욕증시를 포함한 대부분의 해외 증시는 ‘서킷브레이커(CB)’를 사용한다. 서킷브레이커는 주식 시장에서 주가가 갑자기 급락할 때 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주식매매를 일시적으로 정지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이에 반해 중국증시의 경우 ±10% 주가제한 정책에만 의존했던 탓에 투자자들이 폭락장으로 입은 여파가 컸다는 분석이다. 증시에서 거래가 정지된 기업 수가 최고조에 이르렀을때 이들 종목 가운데 51%는 기업 자체적으로 거래를 중단시킨 것이고 나머지 46%는 일일 등락폭 제한 시스템에 걸려 거래가 정지된 것이다.
당초 서킷브레이커는 트레이더의 실수나 컴퓨터 주식매매 알고리즘의 오류 등으로 인한 급작스런 시장 변동을 막기 위한 제도인데 중국은 인위적으로 주가 하락을 막고자 일일 등락폭 제한 시스템을 이용했다는 것이다.
펀드매니저들도 중국증시의 일일 등락 제한시스템으로 좌절했다고 WSJ는 전했다. 펀드매니저들이 소유하고 있는 종목을 사지도 팔지도 못하는 상태가 됐기 때문.
이에 일각에서는 중국 증권당국이 주식 거래 정지를 너무 쉽게 용인하는 한편 일일 등락 제한 시스템으로 갑작스런 자금의 유입도 막아 증시회복을 더디게 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투명성이 부족한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자산관리 업체 이튼밴스의 티모시 앳윌 전략가는 “거래중단은 중국증시에 간섭하기 위한 정부의 가장 뻔뻔스러운 조치였다”고 표현했다.
중국증시의 변동성이 어느 정도 해소된 후 다수의 기업이 다시 거래가 재개됐다. 중국시간으로 22일 거래를 중단한 기업들의 수는 547개로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