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국회의원을 겸직하고 있는 장관들의 ‘주말 지역행’이 이어지고 있다. 총선은 다가오는데 ‘여름 개각’마저 불투명해 지역 민심을 돌 볼 시간이 부족한 탓이다.
한 장관은 22일 이투데이와의 통화에서 “현역이라는 프리미엄에 ‘장관’까지 지내면서 인지도를 한껏 높였지만, 당내에서 이미 경쟁자들은 지역에 깃발을 꽂고 뛰고 있는데 그것을 지켜볼 수만은 없는 노릇”이라고 했다. 새누리당에서 공천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도 마음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요인이다.
인천 연수구가 지역구인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주말마다 빠지지 않고 지역 행사에 참석한다. 황 부총리가 시간을 내지 못하는 평일 등에는 지역보좌관 등이 대신 행사에 참석하고 민원을 해결하며 지역구를 관리하고 있다.
특히 인천 연수에는 김을동 의원의 아들인 탤런트 송일국이 출마를 저울질하는 곳이다. 지역에서 평이 좋아 ‘출마만 하면 당선’이라는 말까지 나돈다.
황 부총리가 지역 민심을 잘 돌보고 있다고는 해도 경선이 진행되거나 당이 전략공천하면 앞날을 장담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도 애초 이곳을 점찍었다가 송일국 출마설이 돌면서 중구·동구·옹진군으로 우회했다는 얘기도 있다.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의 보금자리는 부산 서구다. 거리가 멀어 자주 내려가진 못하지만 틈틈이 지역을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수부 수장인 만큼 항구도시에 있는 지역구 관리에 다소 유리한 케이스이지만, 김홍일 전 부산시 정무보좌관, 정오규 한국공항공사 상임감사위원 등이 빈틈을 노리고 있다. 박극제 부산 서구청장은 불출마하기로 했다.
인근에는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이 자리한 부산 연제구가 있다. 틈 날 때마다 이곳을 찾는 김 장관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당연히 출마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백운현 전 국민권익위 부위원장, 이주환 전 부산시의원, 김해영 변호사 등이 경쟁자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역구가 각각 경북 경산시 청도군과 서울 송파구을이다. 당장 당내에서 도전장을 내민 사람은 없지만 관리가 소홀하다는 지적이 심심찮게 들린다. 최 부총리의 경우 지역구인 경산이 경북도내 고용률 최하위를 기록해 망신을 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