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복 입은 구름은 밤늦도록
뭉게뭉게 하늘을 거닌다
할머니는 달 여행하러
우주선처럼 하늘로 날아가셨다
밤 구름 사이사이
소복 끝자락만 살짝 살짝 비칠 뿐
할머니 보이지 않는다
핏기 없이 허옇게 부은 다리를 하고서
조용히 구름 위를 걸어 다니신다
목석 같은 다리 하나에
마른 벌레들이 일가를 이루며 서식하고 있지만
홀로 지루하게 누운 잠자리가 외로워서인지
오래 전 월하의 공동묘지 한쪽 자리를 간택하셨다
회색 콘크리트 같은 자녀들은
소리 없이 딱딱하게 서 있기만 한다
목마를까 떠놓은 정화수 한 그릇
구름보다 가벼운 하얀 침대 머리맡에서
인공위성의 낮은 궤도를 따라 바람이 출렁거리고
평생 바람만 피다가 구름의 속도가 너무 빨라
굵은 땀방울 흘리던 지아비 뒤를 따른다
내 다리 내놔, 내 다리 한바탕 외치고는
달빛 아래 한 대접 달을 받아
흰 침대 주위를 환하게 비추던
조강지처가 살던 마당, 그리웠을까
한번도 고통을 주지 않았다던 절망은
세상 달 아래 별들을 떨어뜨렸다
올해도 여전히 장마 전선과 태풍이 올라오고
물 한 그릇 지키려는 구름 같던 침대 위
달 여행 가서 아직 돌아오지 않은 할머니
달나라에 정착하셨다
< 시집 '소통의 계보'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