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경제를 견제한다는 한 뜻으로 출발한 브릭스(BRICS)개발은행(이하 ‘브릭스은행’)과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사이에 미묘한 갈등이 감지되고 있다.
중국, 러시아, 인도,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이 뜻을 모아 창설한 브릭스은행은 7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1차 총회를 열고 향후 업무 전개를 논의했다. 초대 총재에는 인도의 K.V. 카마트 전 인도공업신용대출투자은행(ICICI) 최고경영자(CEO)가 선출됐다. 브릭스은행의 초기 자본금은 500억 달러(약 56조6000억원)로 5개국이 균등 출자하며, 앞으로 1000억 달러까지 자본금을 확대할 방침이다.
브릭스은행은 개발도상국에 대한 세계은행(WB)과 아시아개발은행(ADB)의 까다로운 대출 조건과 선진국이 기득권을 잡고 있는 국제 금융질서에 반발, 개도국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창설됐다.
주목할 점은 브릭스은행의 이 같은 설립 목적이 중국이 주도하고 있는 AIIB의 이념과 유사하다는 점이다.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 보면 브릭스은행과 AIIB에 모두 참여하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의 의견차도 감지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8일 보도했다.
AIIB의 경우 초기 참여국가 규모가 57개국으로 확산되면서 국제 사회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러시아를 포함한 브릭스 4개국도 참가했지만 중국은 약 30%의 지분을 갖고 AIIB에서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중국은 서방 경제에 대한 대안책과 중국의 입지 강화 차원에서 브릭스은행과 AIIB에 참여하고 있는 반면, 러시아는 자국의 자금난을 브릭스은행을 통해 해결하고 싶은 속내를 감추고 있다는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우크라이나 사태와 유럽의 경제 제재로 자금력이 부족한 러시아는 신흥국에 대한 영향력 행사에 브릭스은행을 이용하려 한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나아가 아시아 시장을 놓고 브릭스은행과 AIIB의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내다봤다. 신문은 “오는 2020년까지 8조 달러의 인프라 수요가 예상되는 아시아시장을 두고 브릭스은행과 AIIB가 경쟁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브릭스은행은 내년 3월 남아공에서 열리는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본격 출범하기로 했고, 이에 앞서 AIIB는 오는 10월에 본격적으로 활동에 돌입할 계획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