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근로자 10명 중 4명이 파견·하도급·용역 등 간접고용으로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업 규모가 클수록 등 간접고용과 단시간 근로자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30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3233개 대기업의 고용형태공시 결과에 따르면 전체 근로자 459만 3000명 중 직접고용(사업주 소속) 근로자는 367만 6000명(80%), 사업주에 소속되지 않은 간접고용(소속 외) 근로자는 91만 8000명(20%)으로 집계됐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간접고용 근로자의 비율은 0.1%포인트 높아졌다.
고용형태공시제는 상시 300인 이상 근로자를 고용하는 사업주가 매년 3월31일 기준으로 근로자 고용형태를 공시토록 하는 제도다. 올해 공시율은 지난해와 비슷한 99.8%을 기록했다.
직접고용 근로자 가운데 기간의 정함이 없는 정규직 근로자는 283만 4000명(77.1%), 계약기간이 정해진 기간제 근로자는 84만 2000명(22.9%)이었다.
전체 근로자 중 간접고용과 기간제 근로자를 합친 비정규직 근로자는 176만명(38.3%)에 달했다. 대기업 근로자 10명 중 4명이 고용 불안을 걱정해야 하는 비정규직이라는 얘기다.
더욱이 간접고용 근로자의 비중은 기업규모가 클수록 높았다. 근로자 1000인 미만 기업의 간접고용 비율은 13.4%에 그친 반면, 1000인 이상 기업에서는 23%에 달했다.
업종별로 보면 건설(44.6%)이 가장 간접고용 비율이 높았고 예술·스포츠(27.1%), 제조(25.0%), 도·소매(22.9%) 분야가 그 뒤를 이었다. 직접고용 중 기간제 근로자 비율이 높은 산업은 부동산ㆍ임대(64.4%), 건설(52.7%), 사업시설관리ㆍ지원서비스(49.4%) 등이었다.
건설업은 간접고용과 기간제 근로자 비율 모두 매우 높아 고용구조가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접고용 중 단시간 근로자의 비율이 높은 산업은 숙박ㆍ음식점(41.8%), 교육서비스(17.7%), 도ㆍ소매(12.2%) 등이었다. 전 산업 평균은 5.3%다.
제조업 내에서는 조선, 철강업종의 간접고용 비율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은 67.8%, 철강금속은 37.9%에 달해 제조업 평균(25%)을 웃돌았다.
집계 결과 근로자 수 2만명 이상 대기업 13곳 중 간접고용 비율이 20%를 넘는 기업은 6곳에 달했다. 이어 현대중공업(62.4%), KT(43%), 롯데쇼핑(28.8%), 홈플러스(23.6%), 이마트(23.3%), 삼성전자(20.7%) 등이었다.
기간제 근로자를 5000명 이상 고용하면서 기간제 비율이 70%를 넘는 기업은 우리관리(98.7%), 이랜드파크 외식사업부(87.1%), 한국맥도날드(78.9%), 유니에스(76.3%), 롯데리아(74.7%) 등 5곳이었다.
매출 상위 10대 기업 중 간접고용비율이 가장 높은 기업은 삼성물산으로 전체 근로자 대비 소속 외 근로자 비율이 64.7%에 달했다. 그 다음으로는 현대중공업(62.4%), 포스코(47.3%), GS칼텍스(45.6%), 현대모비스(42.1%), 에쓰오일(23.8%), 삼성전자(20.7%), 현대차(14.2%), 기아차(12.5%), LG전자(7.5%) 순이었다.
이처럼 기업규모가 클수록 간접고용과 단시간고용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고용 안정에 앞장서야 할 대기업이 나쁜 일자리를 양산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민주노총은 이날 논평을 내고 “작년과 비교해 전체 규모에서 ‘소속 외 근로자’, 즉 간접고용 비율이 두드러지게 증가했다는 것은 나쁜 일자리 양산의 주요 수단으로 간접고용 방식이 악용되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정부가 이에 대한 대책을 세우기는커녕 거꾸로 비정규직 기간제한 연장이나 파견고용 확산 등 노동시장 구조개악에 앞장서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