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가 그동안 기성회비를 징수한 것은 적법하기 때문에 이를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는 대법원 첫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이상훈 대법관)은 25일 서울대와 경북대, 전남대, 부산대, 경상대, 공주대, 공주교대 등 7개 국립대 3861명의 학생들이 학교 기성회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국립대학이 학생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등록금은 대학의 목적에 부합하는 교육역무를 제공하고 필요한 교육시설 등을 이용하게 하는 대가, 즉 학교 시설물 사용료를 의미한다"고 밝혔다.
이어 "각 국립대학의 기성회비는 고등교육법 11조 1항에 의해 국립대학의 설립자 혹은 경영자가 받을 수 있는 '그 밖의 납부금'을 납부받은 것과 마찬가지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국립대학이 직접 납부받지 않고 기성회장 명의로 납부받았더라도 대학 목적에 부합하게 사용했다면 기성회가 법률상 원인 없이 타인의 재산으로 인해 이익을 얻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박보영·고영한·김신·김소영·조희대·권순일 대법관은 "기성회비를 '그 밖의 납부금'을 받은 것으로 보는 것은 '법률유보 원칙'에 어긋난다"며 반대의견을 냈다. 법률유보 원칙은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은 반드시 국회의 의결을 거친 법률로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 대법관 등은 "각 국립대학의 경영자는 학생이 기성회비를 납부하지 않을 때는 학생의 등록을 거부했고, 학생 입장에서는 기성회비를 납부하는 것 이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자발적이거나 임의적인 납부로 볼 수 없어 기성회 회원으로 가입하려는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기성회비는 1963년 열악한 대학의 재정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문교부 훈령으로 도입됐다. 하지만 법적인 근거가 부족하고 등록금 상승 요인이 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런 이유로 사립대에서 기성회비를 폐지하자, 국립대 학생들은 개별적으로 소송을 냈다.
그동안 학교 측은 대학의 재정자립을 확보하기 위해 기성회비 징수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반면 학생들은 법적 근거 없이 학교가 기성회비를 걷어 고액의 등록금을 납부하는 원인이 된다고 반발했다. 1,2심 판결도 엇갈렸다. 대체적으로 기성회비를 걷을 법적 근거가 없다며 학교가 돈을 돌려줘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지만, 일부 재판부는 학생들에게 강제적으로 징수했다고 볼 수 없다며 돈을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는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2012년을 기준으로 전국 42개 4년제 국공립대가 걷은 기성회비 총액은 1조344억원에 달하며, 등록금의 74.4%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