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과 웹툰, 만화가 속속 뮤지컬로 재탄생하고 있다. 독자와 네티즌에게 높은 인기를 끈 소설과 웹툰, 만화 작품을 뮤지컬화하는 작업이 활발해지면서 뮤지컬 팬뿐만 아니라 원작 애독자 역시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소설가 조정래의 동명 대하소설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아리랑’은 오는 7월 11일 서울 LG아트센터에서 첫선을 보인다. 원작 ‘아리랑’은 일제 침략부터 해방기까지 한민족의 끈질긴 생존과 투쟁 이민사를 다룬 대서시다. 박명성 신시컴퍼니 예술감독이 50억원의 제작비를 들여 창작 뮤지컬로 만들었다.
조정래 작가는 “광복 70주년에 뮤지컬 ‘아리랑’이 나온다는 것은 망각의 딱지를 벗겨내 생채기에 소금을 뿌리는 일이라 생각한다.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이 땅을 대표할 수 있는 좋은 작품이 되길 바란다” 며 뮤지컬화에 대한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고선웅 연출은 “원작이 워낙 방대하고 인물들이 팔딱팔딱 살아 숨 쉬는 느낌이라 두 시간 반 남짓 뮤지컬에 담아내는 일이 부담스러웠지만, 유전자 속에 아리랑이 들어 있는지 잘 표현할 수 있게 됐다”고 연출 소감을 밝혔다.
프랑스 추리소설가 가스통 르루의 소설 ‘오페라의 유령’(1910)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팬텀’도 높은 관심 속에 서울 충무아트홀에서 상연 중이고, 17세기 스페인 작가 미구엘 드 세르반테스의 풍자소설 ‘돈키호테’(1605)를 뮤지컬화한 ‘맨 오브 라만차’ 또한 7월 30일부터 11월 1일까지 서울 디큐브아트센터에서 상연된다.
소설과 함께 최근 젊은 네티즌으로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웹툰도 속속 뮤지컬화되고 있다. 주호민 작가의 웹툰 ‘신과 함께-저승 편’은 뮤지컬로 각색돼 7월 1일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막이 오른다. 원작은 단행본으로 29만권의 판매 기록을 세웠으며, 2011년 대한민국 콘텐츠어워드 만화대상 대통령상을 수상하는 등 작품성을 인정받은 바 있다. 연출을 맡은 김광보 서울시극단 단장은 원작의 재미와 완성도를 뮤지컬에 오롯이 살리려 노력했다.
만화 역시 뮤지컬 원작으로 활용되고 있다. 일본의 동명 만화(원작 오바 츠구미·작화 오바타 타케시)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 ‘데스노트’가 대표적이다. 김준수, 홍광호, 정선아, 박혜나 등 초호화 캐스팅으로 공연 전부터 관심을 모은 ‘데스노트’는 8월 9일까지 성남아트센터에서 상연된다.
이처럼 유명 소설과 웹툰, 만화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이 크게 늘고 있는 것은 원작의 유명성과 독창성을 활용해 뮤지컬의 지평을 확장하고 흥행으로 연결시키려는 의도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원작에 어떻게 무대예술이 갖는 특성과 생명력을 잘 부여했는지가 뮤지컬의 성공의 관건이라고 강조한다. 원종원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원작의 유명세에만 기대는 수준의 안일한 발상으로는 좋은 뮤지컬을 만들기 힘들다. 뮤지컬만의 문법과 구성 요소가 따로 있기 때문에 이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구성해 뮤지컬로 만드느냐가 성패를 좌우한다. 단순한 재현을 꿈꾼다면, 결코 원작의 아우라를 뛰어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원 교수는 “활자 예술 등을 무대 문법으로 재구성할 경우, 연극, 오페라 등 공연 예술 원작과는 존재양식이 다르기 때문에 더욱 색다른 재미를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