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포스코에 따르면 권 회장은 당초 구조조정안에 반대하는 전병일 대우인터내셔널 사장을 해임하려 했지만, 이 조직의 반발과 일부 사외이사의 반대 의견 표명으로 끝내 카드를 접고 말았다.
이번 사건으로 권 회장의 리더십은 흠집이 난 것으로 재계는 평가하고 있다. 포스코의 전 사장 해임 추진이 처음 언론에 보도된 것은 지난 9일이다. 포스코의 대우인터내셔널 미얀마 가스전 매각 검토와 관련, 전 사장의 항명이 해임 추진 배경이었다.
그러나 전 사장은 이를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는 10일 사외이사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본인의 거취에 대해 숙고한 결과, 회사의 구조조정과 관련한 혼란이 조속히 정리되고 경영이 정상화되도록 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며 타의에 의한 사퇴를 거부했다.
또 대우인터내셔널은 권 회장의 전 사장 해임은 절차적으로 적절치 않다고 반박했다. 전 사장의 보직 해임은 대우인터내셔널의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거쳐 결정할 일이지 권 회장의 독단으로 결정할 수 없다는 논리였다.
포스코의 일부 사외이사도 권 회장에게 “해임을 강행하면 오히려 역풍이 커질 수 있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결국 포스코는 11일 “전 사장의 해임절차는 진행되는 것이 없다”며 한 발 물러섰다.
포스코는 당시 해명자료에서 “최근 미얀마 가스전 조기 매각과 관련해 계열사와 불협화음이 있는 것처럼 알려진 것은 사실이 아니다”며 “따라서 이와 관련해 대우인터내셔널이 항명하고 있다는 보도는 적절치 않다”고 설명했다.
대신 권 회장은 조청명 가치경영실장을 회장 보좌역으로 좌천하고 한성희 홍보담당 상무를 경질했다. 또 12일에는 부실 계열사인 포스코플랜텍의 대표를 이 회사의 이화용 전무로 전격 교체했다. 밖으로 향하던 권 회장의 칼날이 결국 내부를 단도리하는 데 그친 셈이다.
권 회장의 리더십이 상처를 받은 것은 포스코의 계파주의 문화와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포스코그룹은 경영진에 줄 서는 ‘라인’ 문화가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다.
이번 검찰의 포스코건설 수사에서도 일부 임원들은 “권 회장이 이 쪽(정동화 전 부회장 측)을 모두 내치려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나오기도 했다. 더욱이 권 회장은 연구원 출신인 탓에 자신의 지지기반이 탄탄하지 않은 것이 약점으로 꼽힌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권 회장이 조직 장악력을 높이지 못하면 경영진 간의 갈등은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