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인수·합병(M&A) 광풍이 불고 있다. 미국의 지난 5월 M&A 규모가 2430억 달러(약 270조3375억원)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고 1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금융정보업체 딜로직의 집계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는 이전 최대였던 지난 2007년 5월의 2260억 달러와 그 뒤를 이은 2000년 1월의 2130억 달러를 뛰어넘는 규모로 현재 M&A 열기가 닷컴버블과 글로벌 금융위기 전 호황기보다 뜨겁다는 의미라고 FT는 풀이했다.
지난달 미국 기업이 관련된 주요 M&A를 살펴보면 케이블TV업체 차터커뮤니케이션이 경쟁사인 타임워너케이블을 550억 달러에, 브라이트하우스는 104억 달러에 사들였다.
싱가포르 소재 아바고테크놀로지는 370억 달러에 미국 통신반도체업체 브로드컴을 인수해 닷컴버블 이후 기술 부문 최대 M&A 기록을 세웠다.
버라이즌커뮤니케이션이 아메리카온라인(AOL)을 44억 달러에, 소매업체 아세나리테일은 앤(Ann)을 22억 달러에 각각 인수했다.
딜로직에 따르면 산업별로는 통신 부문이 922억 달러로 전체의 38%를 차지하며 가장 비중이 컸다. 기술 부문이 492억 달러, 20%로 그 뒤를 이었고 헬스케어가 338억 달러, 전력과 에너지가 195억 달러를 각각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초저금리 환경에 따른 낮은 자금조달 비용, 새 성장동력을 찾으려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의욕 등으로 올해 미국의 전체 M&A 규모도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인텔이 이날 데이터센터 부문 경쟁력 강화를 위해 알테라를 167억 달러에 인수한다고 밝힌 가운데 사모펀드인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가 배터리와 회로판용 화학제품 생산업체 OM그룹을 10억3000만 달러에 사들인다고 발표하는 등 6월에도 M&A 열기가 이어지고 있다.
JP모건체이스의 크리스 벤트레스카 글로벌 M&A 공동대표는 “그룹 자체 성장이 한계에 이르렀을 때 M&A를 통한 사업확장을 추구하는 것에 대해 증시는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다만 열기가 과도해져 인수가가 급격히 치솟고 있다는 점에는 우려를 표했다. 이에 그는 “기업들이 면밀한 조사를 통해 M&A의 근본적 이유가 되는 시너지 효과를 보장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의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금리가 낮은 수준이어서 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하기 수월한 것이 M&A 호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현재 미국의 회사채 평균 금리는 약 3%로, 2007년에 비해 반토막 난 상태다. 지난 4개월간 매월 발행된 회사채 규모는 1000억 달러를 넘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oAML)는 6월에도 발행 규모가 1000억 달러를 웃돌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