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김상곤 혁신위원장이 1일 내년 총선 불출마 카드로 배수진을 치며 고강도 쇄신 드라이브를 예고했다. “희생 없이는 혁신을 이룰 수 없다”며 먼저 내려놓는 ‘솔선수범’의 모습을 통해의원들을 향해 기득권 포기에 동참하라는 압박에 나선 것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자신의 소집요청에 따라 열린 당무위에서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혁신 의지를 거듭 밝혔다.
문재인 대표를 비롯한 당의 각 구성원들을 향해 “모든 걸 바치고 앞장설 준비가 돼 있는가”라고 되물었으며, ‘당권재민’(黨權在民·당의 주인은 국민과 당원에 있다는 뜻)을 혁신의 모토로 내세워 의원들의 기득권 내려놓기를 강조했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저도 일반 정치인으로 길을 바꿨기 때문에 총선에 대한 관심이 당연히 있지만, 혁신의 임무를 맡은 이상 모든 걸 내려놓는 게 해야 할 바라고생각했다”고 불출마 배경을 전했다. 혁신위원장직을 수락할 때부터 총선 불출마를 고민해 왔다고 한다.
그는 “2008년 이후 7차례의 혁신위가 있었음에도 불구, 국민과 당원이 당에 신뢰를 주지 않는 이유를 제대로 찾아 바꾸는 게 정당혁신의 요체”라면서 현재 50대 후반인 당원 평균 나이를 40대로 낮추겠다며 ‘젊은 정당’도 표방했다.
김 위원장은 또한 공천혁신에 나서기 전에 정당혁신을 통해 근본적인 체질부터 개선하겠다는 로드맵과 함께 자신을 제외하고 외부인사 6명, 내부인사 4명 등 모두 11명으로 혁신위를 꾸리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내부인사의 경우 추천을 받기로 했다.
김 위원장의 불출마 선언에 대해 문재인 대표는 “기득권 내려놓기의 솔선수범을보여줬다”고 치켜세우며 “저를 비롯한 모두가 똑같은 자세로 혁신을 위해 힘을 모을것”이라고 화답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폭탄 발언’에 당 안팎은 적잖이 술렁였다. 자신의 불출마를 지렛대로 의원들의 기득권 포기를 끌어내겠다는 ‘김상곤식 육참골단’(자신의 살을 내어주는 희생을 치르더라도 상대의 뼈를 자르겠다는 것)을 알리는 ‘선전포고’가아니냐는 것이다.
특히 4·29 재보선 패배 후 ‘물갈이론’의 진원지가 됐던 호남 의원들 사이에서는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 불편해하는 기색도 역력했다. 호남의 한 다선의원은 “개인의 정치적 선언에 대해 굳이 평가할 사안은 아니다”라며 “개혁의 순서가 바뀐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당의 한 관계자는 “의원들의 반발과 저항감은 이미 예고됐던 것 아니냐”라며 “김 위원장은 이게 굴하지 않고 명분을 갖고 물러서지 않고 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