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준호의 세계는 왜?] 남유럽, 좌파의 약진…그래도 긴축을 피할 수 없는 이유는

입력 2015-05-26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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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마드리드에서 24일(현지시간) 지방선거가 끝나고 신생 좌파정당 ‘포데모스(우리는 할 수 있다)’ 지지자들이 선거 결과를 자축하고 있다. 마드리드/AP뉴시스

재정위기와 그에 따른 긴축으로 수년간 고통의 시간을 겪었던 남유럽에서 좌파가 약진하고 있습니다. 스페인 전체 17개 주 가운데 13개 주에서 24일(현지시간)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좌파연합이 선전한 것이지요. 이에 오는 11월 총선에서 중도우파 국민당과 중도좌파 사회당이 40년간 지속했던 양당체제가 흔들릴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그리스는 이미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이 정권을 잡았습니다. 지난 1월 총선에서 시리자가 압승을 거둔 것이지요. 당시 총리였던 안토니오 사마라스는 경제회복을 성과로 내세우면서 조기총선 승부수를 걸었지만 긴축에 넌더리가 난 국민은 시리자에 일제히 표를 던졌습니다.

긴축 불만 이외에도 기존 정치인에 대한 불신도 좌파의 약진에 한 몫 했을 것입니다. 그리스도 1974년 군부독재 종식 이후 신민당과 사회당이 번갈아 정권을 잡는 등 양당제의 모습을 띠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좌파가 정권을 잡으면 긴축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은 실현되지 않을 가능성이 큰 것 같습니다. 그리스 시리자 정부도 채권단과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채권단은 연금과 고용시장 개혁에 대해 한발도 물러서지 않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나라도 1990년대 말 외환위기 당시 국제통화기금(IMF)의 가혹한 긴축 압박을 경험했기 때문에 그리스 서민이 현재 겪는 고통이 얼마나 큰지 잘 알 것입니다. 그럼에도 긴축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 냉혹한 현실일 것입니다.

그리스 일각에서는 차라리 디폴트(채무불이행)를 내고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에서 탈퇴하는 한이 있더라도 연금을 삭감하고 노동자 권리를 축소하는 채권단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강경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디폴트라는 최악의 상황을 방관할 수 없다는 것이 시리자 정부의 고민입니다. 정말로 디폴트가 난다면 해외에서 더 이상 돈을 빌릴 수 없기 때문에 자금줄이 막혀 그리스 경제가 고사할 것입니다. 기업들의 줄도산과 뱅크런(은행 예금 대량인출) 사태를 피할 수도 없겠지요.

이 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역시 지도자의 리더십일 것입니다. 국민에게 우리가 이렇게 하면 위기를 탈출할 수 있다는 구체적 비전을 제시해 설득할줄도 알아야 하고 국제사회에서 떨어진 신뢰도 쌓아야 할 것입니다. 과연 남유럽의 새롭게 부상하는 좌파 세력이 훗날 역사의 장에 어떻게 기록될지는 그들의 행동에 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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