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이 화장품 사업에서 고전하고 있다. 비디비치를 인수해 화장품 사업에 의욕적으로 진출했지만 적자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비디비치에 쏟아부은 자금만 100억원대에 달한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아니냐는 지적이 있지만, 신세계는 최근 화장품 브랜드들을 연이어 인수하면서 사업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브랜드 다양화를 통해 적자에서 벗어나고, 화장품 사업을 그룹 차원의 신성장동력으로 키우려는 강한 의지로 풀이된다.
2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지난 2012년 60억원을 들여 인수한 비디비치코스메틱은 지난해 매출 105억원에 영업 손실 6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20% 감소했고 적자폭은 18% 늘었다.
비디비치는 메이크업아티스트 이경민씨가 만든 색조 브랜드다. 2012년 인수된 이후 2013년에 백화점과 면세점 중심으로 매장이 확대되고 홈쇼핑에 진출하면서 매출은 전년 대비 587% 증가한 132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수수료 등의 초기비용이 크게 들어가면서 영업손실이 44억원에 달해 적자폭은 20% 늘었다.
신세계 품에 안긴 이후 줄곧 적자를 지속하고 있지만, 신세계의 투자는 계속되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금까지 유상증자를 통해 비디비치코스메틱에 100억원 이상의 자금을 수혈했다. 이같이 투자를 지속하는 것은 화장품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려는 그룹의 강한 의지가 뒷받침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신세계그룹의 화장품 사업은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이 공을 들이면서 비디비치가 ‘정유경 화장품’으로 불리고 있다”며 “신세계 입장에서는 적자를 보더라도 투자를 지속해 어떻게든 살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신세계인터내셔날의 화장품 사업부는 지난해 말 정 부사장의 남편 문성욱 부사장 휘하로 편입됐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해 8월 비디비치 브랜드 로고와 제품 디자인을 바꾸는 대대적인 리뉴얼을 진행했다. 11월에는 기초화장품을 출시해 기존의 색조화장품에서 판매 제품 영역을 넓혔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비디비치 외에도 2013년 제일모직으로부터 이탈리아 화장품 ‘산타마리아 노벨라’의 국내 판권을 인수했다. 지난해에는 신세계백화점이 운영하던 편집매장(여러 브랜드 상품을 한 곳에 모아둔 쇼핑몰) ‘뷰티컬렉션’과 스웨덴 향수 ‘바이레도’를 넘겨받아 화장품 사업의 브랜드 다양화를 구축하고 있다. 원래 운영하던 비디비치와 홈쇼핑 브랜드 ‘터치꾸띄르’를 포함하면 모두 5개의 화장품 브랜드를 보유 중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올해 매장당 효율성을 높이는 정상화 과정에 집중할 계획”이라며 “흑자전환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나대투증권 이화영 연구원은 “브랜드 리뉴얼 반응이 좋고, 부실 매장 철수(기존 16개→14개) 등 수익성 위주의 사업 전개로 손실폭은 점차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며 “다만 올해의 경우 전년과 비슷한 수준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