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초에도 정책 당국자들은 한국경제가 상반기에는 나쁘지만 하반기에는 좋아지는 상저하고(上低下高) 현상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으나 결과는 반대였다. 작년 하반기 경제성장률이 상반기보다 전년 동기 대비 기준으로 0.7%포인트나 떨어졌다. 올 하반기도 상반기보다 좋아진다는 보장은 없다. 더욱이 최근 경제 성장의 내용도 좋지 않다. 올해 1분기에 민간소비, 수출, 설비투자 등은 계속 부진했는데 주택 등 건설투자만 크게 늘어나 경제성장률이 지난 분기보다 조금 높아진 것이다.
정부가 그간 사용한 각종 부동산 부양책, 금리 인하, 전셋값 상승 조장 등으로 주거용 건물 투자만 살아난 것이다. 어쩌면 전셋값 폭등으로 서민들이 힘들어진 대가로 경제성장률이 높아졌는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앞으로 부동산 경기가 옛날처럼 활황세를 보일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고령화, 생산인구 감소, 저성장 등 한국경제의 구조적 요인이 부동산 시장을 억누르고 있어 금리 인하나 부동산 경기 부양책으로 대세를 바꾸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아마 한국의 부동산 시장도 일본과 같이 일시 반등, 장기 침체 길을 따라갈 가능성이 높다. 이번 부동산 경기 회복으로 인해 가계부채와 하우스푸어 문제를 다음 정권으로 넘길 수 있다면 이명박 정부에 이어 박근혜 정부가 부동산 경기 부양에 공들인 목표는 달성된 셈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전셋값 등 집세가 계속 올라 서민들의 생활은 계속 쪼들려 왔다. 또한 가계부채라는 한국경제의 폭탄은 계속 지니고 있어야 한다. 여기에다 괜찮은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아 청년의 구직난이 심화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국민들도 이제 경제성장률이 어떻게 되든, 수출이 어떻게 되든 자신들의 경제적 삶과는 큰 관계가 없다는 것을 알아채고 있다는 것이다. 대다수 국민들에게 중요한 것은 괜찮은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이고 물가와 집값, 집세가 안정되는 것이다. 즉, 국민들은 일해서 돈을 벌 수 있고, 그 돈으로 보금자리를 갖고 아이를 키우고 생활할 수 있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것이 민생경제이고, 나라 경제정책의 목표도 이렇게 돼야 한다. 미국 통화정책의 목표도 최대 고용과 물가 안정이다. 지금은 물가가 안정돼 있기 때문에 최대 관심사는 일자리일 것이다. 한국의 경우 일반 물가는 안정돼 있지만 전셋값 등 집세가 올라 서민들은 물가안정에 따른 실질소득의 증가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오른 전셋값을 마련하느라 등골이 휘고 제대로 소비도 못하고 있다.
한국도 복잡한 국민소득 통계에서 나오는 성장률보다 국민들이 알기 쉽고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일자리와 집세 등을 경제정책의 우선 목표로 삼아 보자. 자동차산업, 전자산업, 금융업 등으로 구분해서 일자리를 얼마나 늘렸으며 앞으로 또 얼마나 늘릴 것인가가 정책의 평가기준, 목표가 될 수 있다. 기업에 대한 사회적 평가와 정책적 지원도 창출한 일자리를 기준으로 해 보자. 이때 목표나 평가기준의 일자리는 정규직 등 괜찮은 일자리여야 한다. 시간제, 비정규직 등 나쁜 일자리는 별 의미가 없다. 당연히 집세와 집값을 포함한 물가도 정부 정책의 목표와 평가기준이 돼야 한다. 이렇게 하면 경제정책의 목표가 단순해지고, 잘하는 정부와 잘못하는 정부의 구분도 훨씬 쉬워질 것이다. 그리고 국민의 경제생활도 더 좋아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