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바 '성완종 리스트'로 불리는 금품 로비 의혹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던 박준호(49) 전 경남기업 상무가 22일 새벽 긴급 체포됐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박 전 상무에 대해 증거인멸 혐의를 적용해 신분을 참고인에서 피의자로 전환했다. 수사팀은 경남기업이 이번 사건과 관련해 사내 지하주차장 CCTV를 끈 채 사건 자료를 밖으로 빼돌리는 등 증거물들을 은폐하려는 과정에 박 전 상무가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별수사팀은 박 전 상무를 상대로 성 전 회장이 유품처럼 남긴 '금품 메모'의 존재를 알고 있었는지, 경남기업이 수사 대상이 되고 나서 성 전 회장이 정치권 금품 제공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는지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성 전 회장이 이완구 국무총리와 홍준표 경남도지사에게 금품을 건넸다고 진술한 것과 관련해 성 전 회장의 당시 동선을 파악하기 위한 조사도 진행했다.
박 전 상무는 21일 오후 12시 25분께 검찰에 출석하며 야권 의원 이름이 담긴 '비밀장부'의 존재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제가 아는 범위 내에서는 없다"고 답한 바 있다. 성 전 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박 전 상무는 성 전 회장이 숨지기 전날까지 검찰 수사를 감안한 '대책회의'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로, 이번 사건에서 의미 있는 진술을 해줄 수 있는 인물로 꼽혀왔다. 수사팀은 20일에도 경남기업 재무와 회계 업무를 담당했던 직원들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특별수사팀은 긴급체포 시한에 박 전 상무의 조사를 이어가면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