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외국인에게 자국 주식시장의 빗장을 풀었습니다. 유가 하락세가 장기화하면서 기름만큼이나 넘쳐나던 돈가뭄이 심해지자 특단의 결정을 내렸나봅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오는 6월15일부터 사우디 증시에 직접투자가 가능한데요. 무턱대고 투자를 할 순 없겠지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사우디에 대해 주목해야 할 점 몇 가지를 소개했네요. 참고가 될 것 같습니다.
우선 사우디는 중동 최대의 경제 규모를 자랑합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사우디의 경제 전망을 ‘유망하다’고 평가했습니다. 최근 경제가 크게 성장해 재정수지는 흑자이며, 정부 채무는 문제가 없는 수준으로 감소했습니다. 사우디 경제는 원유 의존도가 높고, 이를 통한 수입은 정부 세수의 90%를 차지합니다.
다만 젊은 인구가 급속도로 늘어나는데 그에 맞는 일자리가 부족한 게 흠입니다. 또 지난해부터 유가가 계속 하락하면서 IMF는 사우디의 올해 국내총생산(IMF)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예상에서 1.6%포인트 낮춰 2.8%로 제시했습니다.
사우디의 주식시장 규모는 중동 최대입니다. 사우디 증시의 시가총액은 약 5300억 달러로 중동 국가 중에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자우야닷컴에 따르면 아랍에미리트(UAE)의 시가총액은 약 2300억 달러, 카타르 시장은 1770억 달러, 이집트 시장은 660억 달러. 사우디가 시장을 개방함으로써 규모는 한층 더 커지겠지요.
‘타다울’이라 불리는 사우디 증권거래소는 중동의 대규모 시장으로 상장기업 수가 가장 많습니다. 중요한 건 상장 기업의 업종이 석유화학, 은행, 통신, 소매, 부동산으로 다양해 다른 시장보다 실물경제를 반영하는 기업이 많다는 것입니다. 사우디는 중동 시장 중에서도 기업공개(IPO)가 특히 활발한 시장으로 손꼽힙니다.
사우디에서는 명문 가문의 후원을 받은 민간기업이 디폴트(채무불이행)되는 경우가 빈번해 기업지배 구조에 투명성 논란이 끊이지 않습니다. 이에 사우디 당국은 상장 기업의 공시 의무를 강화하고, 디폴트 기업에 대한 벌칙도 부과하는 등 감독을 철저히 하고 있습니다.
단, 사우디의 이번 외국인직접투자 허용은 일단 기관투자가로 국한되며, 개인은 해당되지 않는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