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불법 선거자금 3000만원을 받았다는 의혹에 싸인 이완구 총리의 운명이 딱 열흘 동안의 여론 향배와 검찰 수사에 따라 판가름 나게 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전날 중남미 순방에 나서면서 27일 귀국 후 이 총리 거취를 결정하겠다고 밝혀, 이 기간 동안 이 총리에 대한 검찰 수사로 의혹이 해소되거나 반전 카드가 나와 여론이 뒤집히지 않는 한 이 총리는 불명예 퇴진해야 할 처지라는 분석이 높다.
특히 박 대통령은 당장 이 총리의 거취를 놓고 교체냐 재신임이냐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성완종리스트 파문이 커지면서 “성역없이 엄정 대처”(12일) “부정부패에 책임이 있는 사람은 누구도 용납하지 않을 것”(15일)이라고 밝힌 바 있어 교체 쪽으로 무게가 실렸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검찰 수사에서 이 총리의 의혹을 뒷받침할 물증이 나오진 않았지만, 국정을 이끌어가기엔 이 총리의 권위와 신뢰성에 너무 많은 상처가 났다는 점도 박 대통령에겐 부담이다. 금품 수수 의혹을 뒷받침하는 정황 증거들이 속속 제기되는 와중에 이 총리는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과정에서 말바꾸기로 거짓 해명을 해 여론은 더욱 악화됐다. 성완종 파문 직후 고인과 친분이 없다던 이 총리는 성 전 회장과 20개월간 23번 만났다는 보도가 나오자 “원내대표는 의원을 하루에도 여러 번 만난다”고 말을 바꿨고, 성 전 회장이 3000만원을 건넸다고 주장한 2013년 4월 4일에 성 전 회장과 독대한 적이 없다고 강하게 부인했으나 이후 “만난 기억이 없지만 더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총리를 교체하려면 후임 총리를 골라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만큼 ‘청문회 트라우마’가 있는 박 대통령으로선 총리 교체도 쉽지 않은 결정이다.
정치권에선 박 대통령의 순방 동안 국내에서 급격한 상황 변화가 생길 가능성에 대해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검찰 수사 과정에 이 총리의 의혹과 관련해 결정적 증거가 나올 경우 박 대통령이 순방을 마치기 전에라도 결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이 총리는 17일 “대통령이 어제 출국했으니 총리로서 한 치의 흔들림 없이, 그리고 빈틈없이 국정을 통할할 책무를 느낀다”면서 “대통령이 계실 때보다 더 열심히 국정을 챙기겠다”고 사퇴 불가 입장을 거듭 밝혔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은 이 총리의 비서관이 금품수수 의혹과 관련해 이 총리에 불리한 제보를 한 이 총리의 전 수행비서에 전화를 걸어 증거인멸을 시도했다면서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는 이 총리를 구속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