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지난 10일(현지시간) 또 한 번 글로벌 IT업계를 좌절에 빠뜨렸습니다. 애플워치가 사전 예약을 시작한 지 단 하루 만에 1차 출시국 9개국에서 완판된 것입니다. 특히 가격이 2000만원에 육박하는 18K 골드 케이스의 애플워치 에디션은 중국에서 1시간도 안 돼 품절됐습니다.
사실 애플워치가 나오기 전 시장은 의구심의 눈길로 애플을 바라봤습니다. 사실 애플워치는 스마트폰 시대를 열었던 아이폰과 달리 아직은 한계가 뚜렷한 제품입니다. 아직 연동이 되는 스마트폰은 아이폰밖에 없습니다. 18시간밖에 안가는 배터리는 기존 시계 사용자에게는 가장 불편하고 애플워치 특징을 잘 살릴 수 있는 앱도 부족하다는 평가입니다.
삼성이 애플보다 먼저 갤럭시기어를 내놓았으나 스마트워치 시장 발전이 더뎠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그러나 애플워치는 첫발을 아주 성공적으로 내딛은 것 같군요.
무엇보다 기업 입장에서는 애플 브랜드에 대한 높은 충성도가 그렇게 부러울 수 없겠군요. 아이폰과 맥 등 애플 제품은 고가에 속하지만 고객들은 다른 값싼 제품은 눈여겨보지도 않고 애플을 찾습니다. 한 마디로 기업들이 바라는 이상향이 아닐 수 없겠네요.
애플이 이렇게 고객들의 높은 충성도를 얻게 된 배경에 고(故) 스티브 잡스를 빼놓을 수 없겠지요. 애플도 품질에 대한 불만이 없던 것은 아닙니다. 대표적으로 2010년에는 아이폰4 안테나가 통신신호를 제대로 감지하지 못하는 ‘안테나 게이트’가 터졌죠. 그러나 잡스를 좋아했던 애플 고객들은 그런 결함도 너그럽게 용서해줬습니다. 그런 배경에는 잡스에 대한 신뢰가 있었습니다. 20대 억만장자가 됐다가 자신이 세운 회사에서 쫓겨나고 다시 복귀해 몰락하던 애플을 부활시키는 등 잡스의 이야기는 아직도 많은 이의 감성을 자극합니다.
아이폰 혁명도 고객 충성도를 높이는 요소였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지난 2010년 아이폰3GS가 첫 스마트폰이었는데 당시 이 기기를 처음 사용하면서 떠올린 것은 그 이전 너무 불편하게 휴대폰에서 인터넷을 검색하던 기억입니다. 아이폰 등장 전 우리나라에서는 데이터 사용료 폭탄 때문에 한 달 몇 백 만원의 요금을 내게 됐다는 기사가 심심치않게 올라왔습니다. 애플에 열광적이지는 않지만 당시를 떠올리면 지금도 잡스에게 매우 감사함을 느낍니다.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하고 불편한 부분을 찾아 개선하는 혁신을 보여준다.’ 말은 쉽지만 실현은 어려운 얘기네요. ‘감성’이라는 점에서 한국 기업 마케팅도 발전한 것 같습니다. 현대자동차는 13일 ‘메시지 투 스페이스(A Message to Space)’라는 새 브랜드 캠페인을 선보였습니다. 우주비행사 딸의 메시지를 사막에서 제네시스 11대가 타이어 자국으로 만들어 우주에서 아버지가 볼 수 있게 한 것이지요. 이 메시지는 기네스북에 세계에서 가장 큰 타이어 자국 이미지로 등재됐습니다. 정말 ‘쿨(Cool)’한 광고였습니다.
이제 필요한 것은 ‘혁신’입니다. 한국 기업의 분발을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