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도 지난해 말과 연초에 뽑은 신입사원들이 이제 본격적으로 회사에서 근무하기 시작했습니다. 직장인의 세계에서 짜증 나는 상사와 더불어 무서운 것은 개념 없는 후배겠지요. 일본도 이런 상황은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산하 주간지 닛케이비즈니스는 30일(현지시간) 올해 문제의 신입사원들 때문에 머리가 아픈 인사담당자들의 다양한 사연을 소개했습니다.
한 IT기업 인사담당자는 최근 한 입사 내정자의 당돌한 서신에 놀라움과 짜증을 토로했습니다. 그 내정자가 보낸 서신은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진지하게 선택한 회사이기 때문에 애착이 가지만 저는 나고야에 있는 할아버지를 돌봐야 합니다. 그래서 일단 입사는 하겠지만 연수 이후 여기 이외 다른 곳에 배치되면 즉시 퇴사하겠습니다”
입사 초 이렇게 퇴사해버리면 자신의 평가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이 인사담당자는 그전까지 신입사원들이 경쟁의식이 없고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지 않는 ‘유토리(여유)세대’라고 단정 지었던 자신의 선입관을 반성하게 됐다고 하네요.
일본은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사이에 태어난 세대를 ‘유토리세대’라고 합니다. 이 세대의 특징으로는 도전정신이 부족하고 남에게 의존하는 것을 당연시한다는 것이지요. 반면 올해 입사한 신입사원들은 이런 유토리형이 있는가 하면 “잔업은 없다”“유급휴가는 다 써야겠다” 등 직설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는 사람도 많다고 합니다. 닛케이는 이런 타입을 ‘열혈형’이라고 명명했습니다.
문제는 두 가지 유형이 어느 정도 절충되면 최고일 텐데 문제는 양극화라는 것이지요.
국내의 회사에도 이런 극단적인 신입사원들이 들어오면 선배로서는 골치 아프겠지요. 유토리형 신입사원과 같이 일하면 그 직원의 어머니로부터 일하는 방법에 대해 클레임이 들어온다고 하네요. ‘열혈형’ 사원한테는 매번 업무를 시킬 때마다 이 일이 왜 필요한지를 자세히 설명해야 하는 수고가 따릅니다.
그러나 이런 문제 많은 올해의 신입사원들이라도 나름 장점은 있다고 하네요. 닛케이는 이들의 장점 중 하나로 ‘높은 애사심’을 들었습니다.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의 발달로 많은 취업준비생이 회사에 대한 정보를 오히려 직원들보다 잘 아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익명 게시판이나 취업사이트 등에서 자신이 들어가고자 하는 회사의 강점과 약점, 만족도 등을 철저하게 연구한다는 것입니다. 그만큼 자신이 선택한 회사에 자부심을 느끼는 것입니다.
두 번째로 올해 신입사원들은 인생에서 크게 좌절한 경험은 적지만 남들이 고통받은 것은 많이 봤기 때문에 매우 안정 지향적이라는 것입니다. 이들은 ‘잃어버린 20년’ 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고등학교에 입학할 때인 2008년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고 대학 입학 직후인 2011년 3월에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했습니다. 파나소닉과 샤프 등 대기업이 실적 부진에 빠져 구조조정 폭풍이 휘몰아치는 것도 목격했습니다.
즉 한 번 직장에 들어가면 이직하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지요. 이게 꼭 좋을 수만은 없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기껏 잘 가르쳐놨더니 다른 데로 옮기는 아픔을 덜 느낀다는 것입니다.
어째 일본의 상황이 우리나라와 비슷한 것 같습니다. 많은 직장인이 올해도 당돌한 신입사원, 말귀 못 알아듣는 후배 때문에 치가 떨리겠지요. 그러나 그런 후배들이 어느덧 자신의 틀을 깨고 나와 회사의 중요한 인재로, 그리고 선배들의 버팀목으로 자라는 것을 보는 것도 보람일 것입니다. 대한민국 직장인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