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자금 증식의 논리에서 보자면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금리 15%가 A가 누리는 수익률이라고 보고, 3%가 B가 누리는 수익률이라고 생각해 보자. A가 5년 동안 원금을 두 배로 불린 뒤 가만히 있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B가 24년 동안 자금을 굴리게 되므로 A도 똑같이 24년을 굴리는 상황을 생각해 보자. 그 경우 처음에 똑같이 5000만원을 넣은 두 사람이 24년 후 보유하게 되는 자금은 훨씬 더 큰 차이가 발생한다. B의 돈은 24년 뒤에 1억원으로 불어난 것에 그치겠지만, A는 같은 자금을 두 배로 만드는 것을 다섯 번 되풀이할 수 있다. 즉, 5000만원에서 1억원 → 2억원 → 4억원 → 8억원 → 16억원으로 불어나게 된다. 금리는 다섯 배 차이에 그치지만, 복리 효과에 따라 같은 기간 두 사람의 자산 규모는 16배나 달라질 수 있다.
이처럼 고금리 시대와 저금리 시대의 차이는 매우 극명하다. 하지만 불과 20년 만에 경제성장률과 금리 수준이 급감하다 보니 많은 이들이 여전히 고성장-고금리 시대의 상식(?)에 사로잡혀 있다. ‘집이든 땅이든 사두면 오른다’는 공식이 통했던 시대의 사고방식에 따라 여전히 부동산 투자에 열을 올리는 경우가 대표적 사례다. 또한 예전에는 임금을 받아 열심히 저축하면 높은 금리 때문에 생활하고 노후를 대비할 수 있는 자금도 어느 정도 모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런 일들은 과거가 되고 말았다.
그런데도 상당수 언론들은 저금리 상황에서 풀린 돈들이 자산시장으로 이동해 자산가격이 과거처럼 뛸 것처럼 선동하고 있다. 전반적인 경제 흐름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가운데 나오는 단견이자 착시현상일 뿐이다. 저금리이기 때문에 자산 가격이 뛸 것이라고 지금의 상황을 이해하면 착각이다. 온갖 경기 대책으로도 저성장 추세를 완화할 수 없어 1%대 저금리까지 온 것이라고 인과관계를 바꿔 생각하는 게 더 정확한 진단일 것이다. ‘잃어버린 20년’의 장기 침체를 겪고 있는 일본경제가 같은 기간 동안 제로 금리를 실시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저성장-저금리 시대에는 고성장-고금리 시대와는 달리 높은 리스크를 부담하지 않고서는 높은 수익률을 올릴 기회가 매우 드문 시대다. 저금리라고 해서 무턱대고 위험한 투자를 감행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이 글이 이투데이에 연재하는 마지막 칼럼이다. 칼럼을 연재하는 동안 최대한 근시안적인 투자자(myopic investor)의 관점이 아니라 경세제민이라는 경제의 원래 뜻에 맞춰 경제 흐름을 보여주려 했다. 또한 계속 위험한 방향으로 치닫는 경제정책에 조금이라도 경고의 목소리를 내려 했다. 일부 가진 자나 단기 투자자에게만 득이 되는 게 아니라 대다수 사람들에게 좋은 경제구조를 소망했다. 그 뜻이 얼마나 잘 전달됐는지는 모르겠다. 솔직히 정부 당국이나 정치권에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다만, 이 글을 읽는 독자 가운데 일부라도 그 뜻을 알아주었다면 감사한 일이다. 안타깝게도 현재 상태로 간다면 한국경제의 2~3년 후 앞바다가 평온하지만은 않을 것 같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 그 험난한 파고를 잘 헤쳐나가길 진심으로 바란다.